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렸던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다운이 2019년 3월26일 오후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다운씨의 재판이 처음부터 다시 열리게 됐다. 1심에서 확인해야 하는 국민참여재판 확인절차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1년 6개월간의 1심 재판이 모두 무효로 돌아갔다.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는 6일 강도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1심에서 병합 사건과 관련해 국민참여재판 희망 의사를 묻지 않아 절차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심은 이런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나, 피고인이 국참을 희망한다는 뜻이 명확한 점을 고려해 사건을 1심으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또 "법원의 잘못으로 다시 재판하게 된 것에 대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월26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씨 부모를 살해하고 현금 5억원과 외제차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가 이씨의 동생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으려는 계획을 세운 혐의(강도음모)로 추가 기소했고, 재판부는 이들 두 사건을 병합해 속행했다. 검찰은 2019년 8월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오로지 돈을 위해 잔인하게 피해자들을 살해하고 엽기적으로 은폐했음에도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3월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김씨 측이 항소심 계속 중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는 법원은 피고인에게 각각의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강도음모'죄를 추가기소한 뒤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