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장들, 의대생 국시 거부 사과…"재응시 기회달라"

김영훈 고대원장 "2700여명 의료 공백…질적 저하 심히 우려"
정부 "국민 다수 동의 없는한 구제 힘들어"

입력 : 2020-10-08 오전 11:23:01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대학병원장들이 의대생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에 관해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재응시 기회를 달라 호소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상황에 2700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면 심각한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재응시 기회 부여는 형평성에 어긋나며 국민 다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면서 "6년 이상 학업에 전념을 하고 잘 준비한 의대생들에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자리에는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등도 함께 배석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엄중한 시점에서 당장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심각한 의료공백"이라며 "의료의 질 저하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서울시 25개구 의사회 회장단은 국가권익위원회에 의사 국시 문제 해결을 위한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과대학생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병원장들이 사과 성명에도 정부가 의대생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은 여전히 사과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응시 기회를 부여할 경우 다른 국가시험 응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겨 국민 다수의 동의가 있지 않는 이상 정부 차원에서 구제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한 의대생도 국민청원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밝혔지만 등 돌린 민심은 돌아올 기미가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해당 청원글과 관련해 "인터넷에 나온 것을 봤다. 진정어린 사과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의대생 몇 명의 사과만으로 국민 수용성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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