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여파가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통해 판매되는 한국형 헤지펀드(전문 사모펀드)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PBS 수탁고는 1년새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006800)·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 PBS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 6곳의 수탁고(설정원본액)는 31조254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9월(35조28억원)과 비교하면 10.71% 줄어든 규모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펀드순자산총액은 32조3146억원이다.
증권사의 대표적인 투자은행(IB)업무 가운데 하나인 PBS는 헤지펀드의 자금모집을 비롯해 유가증권 대여, 신용공여 등 운용사가 헤지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과정에 맞춰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종합금융서비스를 말한다. 여기에는 라임펀드 부실을 키운 원인 중 하나인 총수익스왑(TRS) 거래 등 전담중개업무도 포함된다.
PBS는 지난 2011년 도입 이후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와 2018년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등에 힘입어 덩치를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라임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옵티머스·팝펀딩·디스커버리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자금이탈이 발생하는 등 신규 펀드 설정에 악영향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PBS증권사에 적격 일반투자자 대상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시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제도를 강화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증권사 PBS 수탁고는 작년 3분기 사상 처음으로 35조원을 넘어서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작년 말 34조7206억원, 올해 1분기 31조9429억원, 2분기 31조5554억원을 기록하면서 4분기 연속 내림세다. 불과 1년만에 4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증권사 간 PBS 시장 순위에도 변동이 컸다. 지난달 28일 기준 PBS설정액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삼성증권(016360)으로 조사됐다. 작년 9월말 2위에 이름을 올렸던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3분기 째 선두를 지키고 있다. 삼성증권의 설정액은 전년대비 4.3% 감소한 7조585억원이며, 시장 점유율은 22.6%다.
미래에셋대우의 AUM은 6조582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지만 설정액은 8조7000억원에 달했던 작년보다 24.3%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25.8%에서 21.1%로 떨어졌다. NH투자증권은 KB증권에 3위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밀려났다.
올해 3분기
NH투자증권(005940)의 설정액은 5조9951억원으로 전년동기(6조4236억원) 보다 6.7% 줄었다. 다만 시장 점유율은 18.4%에서 19.2%로 올랐다. KB증권의 설정액은 6조2188억원으로 1년 전의 5조7427억원에 견줘 8.3% 늘었다. 작년보다 수탁고가 늘어난 증권사는 KB증권이 유일하다. 시장점유율도 16.4%에서 19.9%로 뛰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의 설정액은 전년대비 20.4% 감소한 3조9687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PBS사업 범위를 축소한 신한금융투자의 설정액은 1조4317억원으로 1년 새 19.5% 줄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각 증권사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기존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도 있고 사모펀드 사태로 헤지펀드 시장이 어수선해지면서 신규 펀드 설정에도 영향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