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6월 서울역에서 모르는 여성을 폭행한 피의자가 2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재판에 넘겨진 것이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영장 발부 기준을 공개하고, 영장심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영장 발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양형 기준은 그렇게 하는데, 왜 못하나"라며 "판사의 영장 발부 여부를 하나님만이 안다"고 지적했다.
소 의원은 "영장재판 부장들이 국민 정서와 법 감정을 인식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국민 법 감정과 인지 감수성을 함양하는 제도나 교육을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또 "반기나 분기별로 통계를 내서 묻지마 폭행처럼 국민이 극렬하게 비난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평가·점검해야 한다"며 "그래서 국민과 법관 간 인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신 구속 제도를 5년 주기로 평가해 각각 기능이 온전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6월 폭행 혐의를 받는 이모씨에 대해 2차례 영장심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기각했다. 이씨는 5월26일 서울역에서 한 여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를 받는다. 결국 이씨는 불구속기소됐고, 오는 22일 2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창보 서울고법원장은 "법관이 일반 국민의 정서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을 한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어 그 점에 대해 아주 무겁게 생각한다"면서도 "사실 법 감정이란 것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도 옳은 일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영장 기준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데, 영장재판도 재판의 일종"이라며 "영장 발부 요건이 법에 규정돼 있고, 개개 법관은 실제 사안에 적용해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관의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어 영장전담부가 논의해서 내부 기준에 따르는 것이 필요하지만, 기준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검찰 수사에 대한 통제 차원에서 법원의 영장 발부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1차적 책임은 법원에 있고, 검찰이 통제받는 1차 기관은 법원"이라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때 검찰의 영장 청구가 법적인 의무를 다했는지 꼼꼼히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수사의 필요성 때문에 요청하겠지만,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들여다보란 의미에서 법조인인 검사에게 청구권을 준 것"이라며 "영장 재판을 법관에게 맡긴 것도 영장 청구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헌법적으로 판단하란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 의무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법원장은 "수사 절차에서 법원이 해야 할 역할을 마땅히 다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수사에서 인권 침해의 여지가 많아 사법부가 통제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 "영장재판을 엄정하게 법 취지대로 재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창보 서울고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수원고법과 산하 법원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영장 발부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의 질의에 "재판관의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어 기준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