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일부 판결에 대해 야당이 재판부 배당과 판결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여당은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잇따른 무죄 판결을 문제 삼았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지만, '코드 판결'이나 '청와대 재판부'와 같은 용어가 언론에서 자주 들리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법원장님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것이 언론에 알려져 있고, 그러다 보니 서울중앙지법에 대해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의혹의 눈길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정치적, 이념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은 배당이나 판단에 있어서 억울한 경우도 있겠지만,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을 때 그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청와대 민감 사건이 모두 형사21부에 배당됐다"며 "조국 일가 입시 비리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이 배당됐는데, 통상 무작위로 배당되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민중기 법원장은 "전산으로 무작위로 배당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유 의원이 "무작위로 배당했다고 하더라도 특정 재판부의 재판장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란 것이 알려진 상황"이라며 "이렇다면 최소한 이 사건을 다른 곳에 재배당하는 정도의 어떤 조치를 취함으로써 편향성 시비를 없애는 것은 법원장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라고 묻자 "일단 사건이 배당된 다음의 재배당은 해당 재판장이 사유를 들어 요청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형사21부에서 9월18일 조 전 장관 동생 조모씨에 대해 웅동학원 교사 채용 시험지 유출과 관련한 업무방해를 유죄로 선고했고, 그와 관련 교사 채용 관련 지원자로부터 뒷돈을 받은 공범에 대해서는 항소심까지 배임수재가 유죄로 선고됐다"며 "그런데 그 재판에서 조씨의 배임수재가 무죄로 선고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국장은 업무 총괄하는 자리"라며 "그런 자리에 있는 인물에게 채용의 실질적 권한이 무제한적일 수 있는데 형식·논리적으로 사무 처리자가 아니라고 함으로써 돈을 전달한 공범은 유죄가 되고, 주범인 당사자가 무죄가 되는 판결이 나오니 항상 코드 판결이란 의혹이 나오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이 더 비판받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 법원장은 "먼저 배임수재에 관해서는 해당 재판부의 사실인정과 재판 결과 당부에 대해 법원장이 얘기하는 것은 재판 개입의 소지가 있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종전 사건은 피고인들이 모두 자백하고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아 양형 심리 집중된 것으로 알고 있고, 그에 반해 조씨는 배임수재 등에 관해 구체적인 쟁점으로 심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관련 쟁점이 다 정리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사법부에도 권력에 밀착한 판사가 많고, 이념에 전도된 일부 판사들이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권력의 측근이냐 아니냐, 자기편이냐 아니냐가 재판의 기준이 됐고, 결국 국민들이 친문 무죄, 반문 유죄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장들께 간곡히 부탁한다. 부정부패를 마지막으로 단죄해 민주주의를 지켜 달라"며 "권력의 눈치를 보면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보 서울고법원장은 "질책을 뼈아프게 듣겠다"며 "법관도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 사회가 진영 대립이 심하다 보니 단편적인 사실로 법관도 편 가르기 하는 현상이 있어 우려스럽다"며 "법관도 정치적 소신이 있을 수 있지만, 공정성에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사법농단 재판이 다 무죄가 나오고 있지 않나"라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정리, 사회적 교훈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것이 정치적 공격이란 시각을 가진 분이 있는데, 과도하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법원 내에서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사법행정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정치적 의도나 배경에 과잉이 있다기보다는 개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대되거나 과장되지는 않았는지 이 사건을 종합할 때 정리해 봐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박근혜정부 당시 사법농단이 일어나 항상 법원은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데, 그 신뢰마저 없어졌다"며 "그 신뢰를 세우기 시작한 지 3년 반이 지났고, 쌓여온 것 하나씩 고치기 위한 것인데 엄청나게 저항이 심하다"고 밝혔다. 이어 "판사 신뢰가 사법농단 이후로 엄청나게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최근 사법농단에 대해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것을 보고 끼리끼리 봐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수원고법과 산하 법원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재판부 배당의 편향성을 문제 삼자 "일단 사건이 배당된 다음의 재배당은 해당 재판장이 사유를 들어 요청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