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강행하고 있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유고로 서울시장이 부재 상태지만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광화문광장 조성공사는 차량통행과 시민보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동측도로 확장·정비 △공원 같은 광장 조성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현재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나 있는 광장 서측도로를 없애고 광장에 편입해 보행로로 만들고 있다. 이후 주한미국대사관 앞 광장 동측은 도로를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7~9차로로 확장할 계획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지난 2016년 박원순 시장 주도로 논의가 시작돼 2019년 1월 첫 재정비안이 나왔다. 당시 광장 완공 목표는 내년 5월이어서 '박원순 시장의 대권 사업'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정부청사 부지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와도 갈등이 생기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지난해 9월 박 시장은 '원점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시민과 더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후 지난해 9~12월 박 전 시장이 주도해 시민·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공청회 등을 61차례 열었고, 올해 2월 추진 방향도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박 전 시장의 유고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의 정책 기조에 맞춰 지난달 17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재정비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박 전 시장의 유고 상황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 없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광화문광장의 이용이 9달째 제한되고 있고, 재정 투입할 곳도 늘어난 시점에 광화문광장 재구조를 강행하는 이유도 문제삼았다.
이에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일축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시장 궐위 상황이긴 하지만 지난 4년여 논의했던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자민 시민단체는 박 전 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난해 9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잠정 중단 및 공론화를 결정한 이후 제기된 많은 내용이 이번 새로운 계획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 미진한 계획을 세우고 10월 착공을 발표했는데, 800억원이라는 예산을 사용하는 사업을 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은희 도시연대정책연구소 센터장은 "서울시는 공론화 과정에서 61회 토론회를 진행했고, 1만2000여명의 서울시민들과 소통한 결과라고 하지만, 공론화와 시민참여는 수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의 변화로 구연이 되는 것"이라며 "주요 쟁점들과 항의 논의 주제들이 현 계획안에 어떻게 담겼는지 서울시는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가 시민사회 전체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시민과의 약속을 강조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시민, 전문가, 시민단체들과 어마어마한 소통이 있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발표한 것"이라며 "사업추진이 오히려 시민과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서울시의회에서도 치열한 토론 과정이 있었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시민 대표기관인 시의회에서 예산을 편성해줬다"고 강조했다.
이는 반대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의제 민주주의 기관인 의회가 용인한 이상 시민사회 전체가 반대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해석된다.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다. 앞서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대해 '위법'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은 국토계획법 위반, 실시계획 절차 위반, 예비타당성 조사 여부 불분명 등 5가지의 이유를 들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서울시의 '일방강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서 소송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창수 광화문광장사업 반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와도 32차례가량 토론을 했고, 시민과도 많은 소통을 했다"면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반영할 수 있는 사안은 받아드릴 수 있지만, 원점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한 공사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시작된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