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르는 선가…조선업계 '저가 수주' 끝나나

카타르 주문 곧 시작…일감 확보하며 저가 수주 불필요

입력 : 2021-01-20 오후 4:07:25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선업계가 저가 수주를 통한 일감 확보에 성공한 가운데 앞으로는 제값 받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로부터 수주한 물량도 곧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20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5일 기준 선가(선박 가격) 지수는 전달보다 1포인트 오른 126포인트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 주력인 선종의 선가는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8650만달러,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1억4300만달러로 전주보다 각각 50만달러씩 올랐다. 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말한다. 1만3000TEU급, 6000CEU(자동차 6000대를 실을 수 있는 선박)급 자동차 운반선, 벌크선 중 케이프사이즈급(18만톤)도 각각 50만달러씩 올랐다.
 
클락슨 선가 지수는 지난해 초 130포인트였으나 연말 125포인트까지 내려간 바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섰기 때문이다.
 
저가 수주 작전을 펼친 덕에 일감은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컨테이너선 4척, VLCC 2척, LPG선 1척까지 모두 8790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컨테이너선 2척, LNG운반선 1척,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각각 LNG운반선 1척, LPG운반석 1척씩을 주문받은 상태다. 대우조선해양도 전날 노르웨이 해운사로부터 LPG선 2척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선사들이 약 3주 동안 수주한 물량은 지난해 1~2월 전체 수주액의 90%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과 맺은 LNG선 계약 물량 발주도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QP는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과 약 100척 건조 계약을 했는데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24년까지 연간 20~30척씩 수주가 예상된다. 물량은 국내 조선 3사가 골고루 나눠 갖는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증권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신년 간담회에서 "코로나로 선박 발주 일정이 (카타르 발주가) 당초 예상보다 1년 정도 지연될 것"이라며 "올해 카타르 프로젝트는 5~10척 정도 수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철강 제품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선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최근 중국의 감산으로 전 세계 생산량이 줄고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상승하면서 제품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는 추세다.
 
다만 해운사들이 기대만큼의 선박 발주를 할지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를 물량이 있다고 해도 다른 고객사들이 예상만큼 선박 주문을 하지 않으면 올해 목표치를 채우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상 운임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해운업계는 현재 호황이지만 내년에 다시 운임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비용이 드는 선박 주문을 마음 놓고 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오른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업황이 어려워 해운사들이 새 선박을 도입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상반기 물량이 하반기와 올 초까지 밀린 영향도 있어 해운사들은 신중하게 선박 주문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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