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연말 연이은 수주로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환율 하락과 함께 선박 인도 물량이 줄면서 암울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14조9037억원, 영업이익 74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 74.4% 감소했다고 4일 공시했다. 순손실은 8352억원이다.
4분기의 경우 매출액 3조5738억원, 영업손실 1809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7%,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이 4분기 2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한 건 연말 수주가 많아 이에 따른 공사손실 충당금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사손실 충당금은 환율을 고려해 설정하는데 4분기 환율이 하락세여서 이에 따라 충당금이 커졌다는 것.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영업손실 1809억원 중 1399억원이 공사손실 충당금이라며 "4분기에만 환율이 84.5원 떨어지면서 특히 플랜트 손실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순손실이 발생한 것 또한 환율 하락으로 인한 외환 관련 손실과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따른 자산 손상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연법인세 자산 손상 인식에 따른 법인세 비용 등 장부상 손실도 더해졌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군산조선소를 가동 중단했지만 유지, 보수비가 계속 지출되고 있고 감가상각도 발생해 자산 손상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는 전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수주를 통해 실적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3% 높였다. 구체적으로 조선 부문 12조5000억원, 해양 2조5000억원 등 총 15조6000억원이다. 수주 목표는 전년보다 30% 이상 상향한 149억달러(한화 약 16조6100억원)다.
특히 올해에도 고부가 선종인 LNG운반선 비중을 늘려 수익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기준으로 가스선 비중은 연간 36%이고 4분기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현대삼호중공업 기준으로는 37.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가스선 비중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삼호중공업은 40% 초반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현재까지 16척을 수주했다. 규모로는 1조1644억원으로, 5006억원 규모 가스전 개발 공사 수주까지 더하면 올해 목표의 10% 이상을 채웠다.
여기에 노사 갈등 이슈도 전날 극적 합의에 이르며 일단락됐다.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2019·2020년 2년 치 임금과 단체협약을 진행한 바 있다. 잠정합의안은 오는 5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노조 최종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이날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오세아니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VLCC 10척에 대한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혀 전체 수주 잔고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