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전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와 애플의 협력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TSMC가 올해 생산하는 5나노미터(nm) 칩 절반 이상을 애플에 공급하며 1순위 파운드리 업체로 완전히 자리잡은 모습이다.
9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TSMC가 생산하는 5나노 반도체 중 53% 가량이 애플에 공급될 예정이다.
애플은 TSMC의 최대 고객사다. 애플 아이폰12에 탑재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A14 바이오닉'이 TSMC의 5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A14 바이오닉는 전작 A13보다 기억저장장치(CPU) 성능이 40% 높아졌고 그래픽 성능도 30%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아이폰12의 흥행이 성공하면서 애플과 TSMC의 전략적 관계가 더욱 밀착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선보인 PC용 CPU인 M1칩도 TSMC에 맡겼다.
대만 TSMC 전경.사진/TSMC
TSMC는 여기도 그치지 않고 애플의 차기 AP인 'A15 바이오닉'을 5나노 공정을 통해 양산할 예정이다. 오는 3분기께 본격적으로 생산될 것으로 보이며 가을에 출시되는 아이폰13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TSMC는 애플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TSMC는 2020년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4%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TSMC의 지난해 매출은 1조3393억대만달러(약 52조5540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운터리포트는 올해 TSMC의 성장률을 13~16% 정도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파운드리 업계의 전체 성장률인 12%와 유사한 수준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이고 점유율도 가장 높다"며 "칩을 잘라내고 포장하는 후공정 부문에서도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TSMC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경쟁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우대조치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할인 정책이 없지만 TSMC는 그간 대량 주문 고객에겐 3% 할인 정책을 시행했다"며 "또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앞세워 오랫동안 우량 고객과 신뢰관계를 쌓아온 점이 이같은 성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