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2010년대 초반,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세계 1위를 기록했던 한국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특정 분야에 투자가 편중됐고 중국 기업이 최근 몇년간 약진하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전국경제인엽합회는 유럽집행위원회의 2011년 이후 세계 2500대 R&D 기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세계 2500대 R&D 기업 중 한국기업 수는 2014년 80개에서 2019년 24개로 줄었다고 1일 밝혔다. R&D 금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비중은 2014년 3.9%에서 2019년 3.6%로 0.3%p 하락했다.
전경련은 R&D 코리아의 위상 약화 원인으로 한국기업들의 R&D 투자가 반도체 등 ICT 품목에 편중되고 특정기업 의존도가 높은 점을 우선 꼽았다. 2019년 2500대 R&D 기업에 진입한 한·중·일 기업의 업종별 구성을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ICT 제품의 비중이 58.9%에 달했다.
한국기업의 글로벌 R&D 분야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전경련
또한 한·미·일·중 4개국의 R&D 투자금액 1위 기업이 자국 기업 전체 투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알파벳)이 7.5%, 중국(화웨이 인베스트먼트앤홀딩스)이 16.4%, 일본(토요타) 7.9%인 반면, 한국(삼성전자)은 47.2%에 달해 특정기업 R&D 투자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장 분야에 대한 R&D 투자 비중이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ICT 서비스, 헬스케어 등 2대 신성장 분야에 대한 R&D 투자 비중의 경우 중국과 일본이 2019년 기준으로 각각 23%, 17%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4%에 불과했다.
게다가 ‘중국제조 2025’ 국가전략 수립 후 기술굴기를 앞세운 중국 기업이 약진하는 점도 원인으로 제시됐다. 세계 2500대 R&D 투자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 수는 2011년 56개에서 2019년 536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R&D 투자액은 연평균 30.8% 늘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은 반도체 등 ICT 제조업 분야에서는 기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 비중이 큰 신산업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기업경쟁력 훼손 및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규제도입을 지양하고 R&D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등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