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난해 주요 저축은행 실적이 일제히 개선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주요 상위 저축은행의 실적과 자산 규모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점포. 사진/뉴시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저축은행의 자산과 순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을 달성했다. SBI홀딩스는 지난해 SBI저축은행의 순이익이 258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37.2% 증가했다. 총자산도 11조2561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9.6% 신장했다. 총자산 중 리테일 대출이 차지하는 규모는 6조7606억원이었다.
OK저축은행도 지난해 순이익이 18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64.3% 상승했다. OK저축은행 또한 대출 자산 증가 영향이 컸다. OK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9조162억원으로 전년보다 23.6% 상승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순익과 총자산은 각각 348억, 4조3198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증가폭은 161.7%로 집계돼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자산은 30.2% 늘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0.07% 소폭 감소한 956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산은 3조694억원으로 39.4% 올랐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 장기화로 대출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 위주로 대출 취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에선 '빚투'와 '영끌' 열풍이 저축은행의 실적을 거들었다. 경기 침체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자 2금융으로까지 신용대출 수요가 커졌다. 특히 시중은행에서 대출심사 문턱을 높이면서 우량 고객들이 저축은행으로 몰렸다.
비대면 시스템 고도화도 실적 개선에 기여한 요소로 꼽힌다.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대출비교 서비스를 비롯, 자사 앱에서도 모바일로 대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고객 접근성이 높아졌다. 이밖에 유가증권 취급 확대 등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플랫폼사에 제휴사로 입점해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유가증권 보유 비중이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로나 국면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수익을 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한 대출 비중이 여전히 작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 가운데 금리 20% 이상인 대출 비중은 27.2%를 기록한 바 있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목표치도 높게 설정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일정 대출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다만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종료, 최고금리 인하 등을 고려해 기업대출 비중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체별로는 OK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목표 자산을 9조6000억원으로 정했다. 웰컴저축은행은 디지털 성장 동력을 통해 총자산을 5조28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