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국회 제출을 앞둔 가운데 법안의 모델이 된 미국 제도보다 기업에 불리해 도입 시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소송허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있다고 25일 밝혔다. 또한 미국 집단소송제도의 기업 영향을 분석하고 국내 기업에 미칠 파급영향을 검토한 결과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보다 법적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로펌인 ‘Carton Fields’는 미국 상위 1000대 기업의 준법담당자와 최고법률책임자를 대상으로 매년 집단소송 현황을 조사한 ‘Carton Class Survey’를 발간한다. 이에 따르면 기업이 한 해 다루는 집단소송 건수는 2011년 4.4건에서 2019년 10.2건으로 2.3배 증가했다. 2020년에는 15.1건에 달할 전망이다.
응답 기업의 집단소송 관련 법률 비용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다가 2019년 26억4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료/전경련
해외에서 집단소송을 경험한 기업들은 법무부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집단소송 대표국인 미국보다도 기업들에게 크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우선, 증거조사 절차의 경우 미국은 소송제기 후에 가능하지만 법무부안은 소송 전에도 허용한다. 소 제기 전부터 광범위한 증거조사가 가능하며, 증거조사 후에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외국기업이나 경쟁사들이 영업비밀이나 핵심정보 수집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보다도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소송 절차가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 특별한 결함 증거 없어도 일단 소를 제기하고 추후 증거조사 절차를 통해 소송 근거를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21대 국회에서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각종 법안들을 통과시켜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면서 “집단소송까지 도입되면 기업들은 남소에 따른 직접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경영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