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소설은 1988년, 허름하고 소박한 가게들이 나란히 붙어있는 영국 항구 도시가 배경이다. 주인공은 CD의 유행에도 LP 음반 판매만 고집하는 음반가게 주인 프랭크. 프랭크의 운명은 존폐 기로에 놓인 도시 노포들 만큼이나 위태롭지만, 음악 전문가로서 지역 주민들과 공생한다. 아날로그 향수를 두른 따뜻한 유대감. 베토벤 '월광 소나타'와 마일스 데이비스 '카인드 오브 블루', 비치 보이스 '펫 사운즈' LP를 모아두는 식의 지독한 음악 취향도 만나볼 수 있다.
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조동섭 옮김|밝은세상 펴냄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선형 공원, 분산된 거점 오피스로 나눠진 회사,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도시 전문가인 저자 유현준 교수가 제시하는 근 미래의 공간 모형들이다. 그는 팬데믹 이후 우리를 둘러싼 공간의 개념이 급속도로 뒤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단순한 공간 이야기를 넘어 계층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한다. 인류 공간의 역사를 되짚으며 팬데믹에도 “도시는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공간의 미래
유현준 지음|을유문화사 펴냄
2009년 ‘위저드베이커리’로 등단한 구병모 작가는 장르 파괴적 상상력으로 한국 문단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로 꼽힌다. 신작은 다시 아찔한 환상의 세계로 독자들의 소매를 잡아 끈다. 등장인물은 영생불멸의 가난한 구두장이, 그리고 이들에게 작은 옷과 구두를 선물하는 꼬마 요정들. 한 켤레의 구두로, 저자는 탄생과 죽음, 유한과 무한에 사이에 놓인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34번째 소설선으로 출간됐다.
바늘과 가죽의 시
구병모 지음|현대문학 펴냄
DVD 대여 서비스를 스트리밍 모델에 접목시킨 넷플릭스, 아이폰을 개발해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 시대를 연 애플. 세계 최고 혁신 전문가이자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저자는 이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은 비즈니스의 ‘변곡점’을 재빨리 간파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비즈니스상의 변곡점은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 나타난다. 이 시기 효과적으로 반응한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퇴보한다. 연구 내용과 기업 컨설팅 사례들을 종합해 보여준다.
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
리타 맥그래스 지음|김원호 옮김|청림출판
어머니를 사별한 뒤 작가는 수년 동안 슬픔과 고통으로 방황했다. ‘생의 고통’이란 난제에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 책은 고속도로 공사 계획으로 터전과 가정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점차 분노의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그려내며 자본 논리로 파괴된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돌아보게 한다. 출간 후 ‘이보다 심리적 공포물을 잘 쓸 수 없다’는 평이 잇따랐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의 메가폰 아래 곧 영화로도 나온다.
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공보경 옮김|황금가지 펴냄
저자는 지난 몇 년간 50대에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치료법을 얻기 위해 전 세계 최고 의료진과 석학을 찾아 다녔다. “문제는 음식이었어.” 존스홉킨스대 폴 그레왈 박사와 10년 간 다시 뛰었다. 음식에 들어 있는 각종 유해성분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해갔다. 감자칩, 쿠키에 들어 있는 다불포화지방의 독소에 대한 치밀한 분석의 글들을 읽다 보면 ‘뜨끔’ 하게 된다. “뇌에 상한 먹이를 주지 말라.”
천재의 식단
맥스 루가비어, 폴 그레왈 지음|신동숙 옮김|앵글북스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