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상위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증시로 유출된 자금이 수신고로 환입되지 않자 다시 예금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이달 21일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조정했다. 만기 1년 이상 3년 이하 예금 금리를 기존 1.50%에서 1.60%로 0.10%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다섯 차례 하향 조정한 이래 첫 상승이다.
OK저축은행도 오는 25일부터 OK정기예금 1년 만기 상품을 0.10%포인트 인상한 1.60%의 금리로 제공한다. 1년 만기 OK정기적금 상품 예금 금리도 기존 1.50%에서 1.60%로 오른다.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OK안심정기예금의 3년 만기 금리는 1.60%에서 1.70%로, ISA정기예금의 1~3년 만기 상품 금리는 1.55%에서 1.60%로 인상된다.
업계 1, 2위 업체가 잇따라 예금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업계에선 저금리 기조 속 시중 유동 자금이 저축은행 수신고로 쏠리자 예금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려왔다. 대출 자산보다 수신고가 급격히 불어나면 이자 지급으로 마진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62%로 연초 대비 0.27%포인트 낮다.
이런 추세와 달리 주요 저축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한 것은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로 유출된 자산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확산하자 저축은행에서도 상당 자금이 이동했다. 물론 최근 증시를 비롯해 가상화폐 가격이 조정을 받으며 시중은행의 경우 요구불예금이 늘었다. 반면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지속 인하돼 매력이 떨어지자 고객들이 다시 자금을 맡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조정을 받으며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늘었지만 저축은행에선 예금 금리 인하돼 자금이 환입되지 않고 있다"며 "수신고 확보 차원에서 예금 금리를 인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대율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점도 고려됐다. 저축은행은 올 연말까지 예금과 대출 자산의 비율인 예대율을 110%에서 100%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당초 올해부터 100% 수준을 적용해야 하지만 코로나를 고려해 당국이 규제 완화 적용 기간을 연장했다. 다만 업계에선 한시적 조치인 만큼 예대율 관리를 사전에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업체들도 금리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요 업체가 금리를 조정하면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나머지 업체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면 중소 업체들도 비슷하게 따라 간다"고 말했다.
SBI·OK저축은행이 금리 인하 기조를 벗어나 이달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저축은행 간판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