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가상자산(보안화폐) 사기 사건이 급증하고 집단 소송 등 관련 법적 분쟁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로펌(법무법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요즘 가상자산 사기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일부 금액이라도 돌려받기 받기 위해 로펌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코인 사태 ‘시한폭탄’ 초읽기
최근 3년간(2018.1.1~2021.2.28)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취급개시(상장) 및 취급중단(상장폐지) 가상자산 수(단위 : 개). 제공/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7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4대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에서 신규 상장한 코인은 2018년 116개에서 지난해 230개로 2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허위 공시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한 코인은 11개에서 97개로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로 인한 손실은 투자자 몫이다.
최근에는 피해액만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브이글로벌 사태에 이어 '업비트 6억대 오입금 사태' 등 각종 사고가 줄줄이 터지며 대규모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저축은행 사태, 동양사태,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코인 사태’가 터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핀테크 분야 한 전문 변호사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주요 수익원은 코인 발행사로부터 받는 상장피(상장 수수료)”라며 “빗썸 등의 경우 주로 거래량이 많은 코인을 받다 보니 LP(유동성공급자)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고 거래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조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깜깜이 상장’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부실화와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앞의 변호사는 “가상자산 시장에 오래 전부터 사기와 불공정 거래가 공공연하게 발생해온 만큼 조만간 대규모 가상자산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토네이도 캐시 등을 거쳐 믹싱(자금세탁) 작업이 이뤄진 가상자산은 추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또한 “가상자산이 통화인지 재화인지 여부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당국의 형식적 가이드라인이나 국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법안들이 과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이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이 아닌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방문판매법, 자본시장법 개정이 더 시급해 보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촘촘한 안전망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펌들 '특수 대비' 대응 분주… 먹튀 브로커 주의보
사진/픽사베이
이 처럼 가상자산 이슈가 부각되며 로펌들은 관련 TF팀 등을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업무가 투자사기, 다단계, 마약, 성범죄, 정보보안, 상속, 세금문제 등 전 영역을 넘나들면서 더 이상 기존 조직으로만 ‘가상자산’을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형 로펌들은 주로 국회 입법안·금융당국·블록체인·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자문 위주 TF팀을 구성하고 있다. 중소형 로펌들은 피해자 집단소송을 위한 팀을 꾸려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틈타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이른바 ‘법조 브로커’들이 소송을 부추겨 소모적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피해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 과정에서 이 같은 ‘법조 브로커’를 주의해야 한다. 집단소송을 이용해 법률시장에서 '한탕주의'를 노린 브로커에 의한 폐해는 고스란히 피해 투자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피해자 입장에선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법조 브로커는 변호사에게서 명의를 대여 받아 '로펌 장사'를 하거나 사건을 소개해주며 알선료를 챙긴다. 인터넷 포털 카페를 개설해 피해자들을 모으며 일정 수 이상을 모집하지 못하면 카페는 방치된다. 현재 상황에서도 과거 은행·통신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에서 발생했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경고다.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피해자는 카페를 통해 집단소송을 할 때 담당 변호사가 누구인지, 소속 법무법인은 어딘지, 입금 계좌번호에 대한 정보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 밖에 통상 집단소송의 경우 개인당 청구액의 5% 안팎의 수임료를 책정하는데 이 금액을 넘어서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