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성접대·뇌물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증인의 법정진술 신빙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2월 청구한 보석도 허가 받아 수감 8개월 만에 석방된 김 전 차관은 성접대 뿐 아니라 금품 수수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와 함께 김 전 차관의 보석 청구도 인용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진술을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면담과정에서 증인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원심이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한 근거가 된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검사는 1,2심에서 2차례에 걸쳐 증인신문 전에 피고인의 사회친구이자 시행업자인 증인을 소환해 면담했다"며 "면담과정에서 증인은 자신의 검찰 진술조서와 제1심 법정진술 내용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사항을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 진술이나 면담 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의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증언을 더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사업가 최모씨,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총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6~2007년 윤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2012년 '성접대 동영상'으로 처음 불거졌지만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재수사를 거친 끝에, 김 전 차관은 의혹 제기 6년 만인 2019년 6월에서야 구속 기소됐다.
김 전 차관은 재판 과정에서 '별장 성접대 동영상', '오피스텔 성접대 사진' 속 인물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사진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 및 증거부족을 이유로, 성접대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마지막 범죄행위가 종료된 2008년 2월경으로부터 10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고 뇌물을 받는 등의 혐의에 대해선 모두 무죄 또는 면소판결했으나 사업가 최씨로부터 43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점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2심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 수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