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글로벌 국가들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매년 재발병하는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구형 치료제(먹는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 3조원 이상을 투입해 치료제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우리나라도 현재 관련 치료제 6건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이 코로나19 및 다른 위험한 바이러스들을 치료하는 알약형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코로나19와 관련한 첫 경구용 치료제가 제품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함께 미국 대형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Merck Sharp & Dohme·MSD) 등 여러 제약사가 먹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기존 미 식품의약국(FDA)이 정식 승인한 코로나19 치료제는 '렘데시비르' 뿐이다. 하지만 렘데시비르는 정맥 내 주입 방식으로 투약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먹는 치료제 개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임상시험에 진입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총 6건으로 이중 4건은 정제, 2건은 캡슐제다.
이중 대웅제약은 췌장염 치료제로 쓰여 온 알약 '호이스타정'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 2·3상 승인을 받았다. 부광약품도 먹는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의 중등증 환자 대상 임상 2상 시험을 했으나 당초 목표로 삼은 음성 전환자 비율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진 못했다. 이 밖에 압타바이오, 동화약품, 한국MSD, 크리스탈지노믹스, 뉴젠테라퓨틱스 등이 먹는 치료제 임상에 뛰어든 상태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선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MSD가 개발 중인 치료제로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도 이 치료제에 대해 이미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건당국의 긴급 사용 승인을 얻은 즉시 약 170만명분을 미국 내 공급하는 조건이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국가들이 먹는 치료제 개발 및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가 매년 감기나 독감처럼 유행하는 질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 방역 고문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새로운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새로운 풍토병, 혹은 계절병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며 "증상 역시 겨울마다 발생하는 감기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신에 이어 알약 형태의 먹는 치료제까지 개발된다면 신종플루 유행 때의 '타미플루'처럼 코로나19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국가들은 백신 전쟁에 이어 먹는 약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파우치 소장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증상 초기에 집에서 복용할 수 있어 팬데믹 사태 속 생명을 구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핵심 수단은 백신이지만, 먹는 약 또한 개발되면 중증 입원환자 보호 등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백신은 분명히 우리 무기고(arsenal)의 중심축으로 남는다"며 백신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7월2일(현지시간) 이집트 기자의 에바 파마(Eva Pharma) 제약회사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