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코로나19 백신 선진국들이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초기 빠른 백신도입으로 가장 먼저 실내·외 '노 마스크'를 선언한 이스라엘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지난 15일 노 마스크 선언 이후 번복까지 딱 일주일 걸렸다. 잠깐 방심한 사이 눈 뜨고 당한 꼴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신규확진자의 70%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의 55%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스라엘이 델타 변이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고 있다.
또 다른 백신 선진국인 영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 국민의 현재 백신 접종률은 60%를 돌파했다. 그러나 지난 23일(현지시각) 기준 일일 확진자 수 1만6135명, 지난 2월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펼쳤던 수준으로 회귀했다.
영국의 경우는 신규 확진자 중 98% 이상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델타 플러스' 변이 바이러스다. 이 중 '델타 플러스' 변이 확진자는 41명에 달한다.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에 따르면 해당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에 따라 영국은 봉쇄 해제 일정을 연기했다.
24일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유럽 27개국, 아시아·오세아니아 19개국, 중동·아프리카 17개국, 아메리카·카리브 11개국이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
확산 뿐만이 아니다. 변이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GISAID에 따르면 현재 각국의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률은 러시아 99%, 영국 98%, 포르투갈 96%, 캐나다 66%, 이탈리아 26%, 벨기에 16%, 독일 15% 등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8월 말까지 유럽연합(EU) 내 신규 감염자의 9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 델타 변이의 빠른 확산 속도, 강한 내성 등을 확인, '치명적'이라며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세계가 공통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접종률 60%를 넘긴 영국은 봉쇄 해제 일정을 한 달 가까이 미뤘다. 접종률 55%의 이스라엘도 벗어던졌던 마스크를 다시 찼다.
심상치 않은 변이, 내달부터 시행되는 ‘노 마스크’ 인센티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낮은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가 190건으로 확인되면서 이미 유입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
현재 국내 백신을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지금까지 441만3494명, 인구 대비 접종률은 8.6%다. 왜 우리만 거꾸로 가는 건지. 근거는 무엇인지,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정부의 설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