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배터리 업계와의 주도권 다툼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르쉐는 독일 배터리 생산업체 커스템셀스(Customcells)와 합작을 통해 2024년부터 고성능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르쉐는 커스템셀스와 합작법인인 ‘셀포스 그룹(Cellforce Group)’을 설립해 지분 83.75%를 소유하게 된다. 포르쉐 측은 “최소 연간 100MWh, 약 1000대의 전기차에 탑재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임러도 전기 픽업트럭 등에 탑재할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한다. 당초 다임러는 지난 2019년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배터리 샘플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자체 생산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가 최근 커스텀셀과 합작사를 설립해 고성능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포르쉐코리아
폭스바겐은 지난 3월 ‘파워 데이(Power Day)’에서 2030년까지 유럽에 6곳의 기가팩토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우선 스웨덴 셸레프테오 공장은 2023년, 독일 잘츠기터 공장은 2025년부터 프리미엄 셀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량은 최대 40GWh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나머지 4개 공장의 경우 장소 및 파트너를 찾고 있는 단계다.
테슬라도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에서 3년간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고 2030년까지 3T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의 소재와 생산방식의 혁신을 통해 가격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배터리 자체 생산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 4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나서 2025년 시범 양산, 2030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파워 데이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폭스바겐코리아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서는 이유로는 전기차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되면서 배터리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 4월 발표한 ‘중장기 EV 경쟁력 제고 방안’을 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규모는 지난해 190만대 수준에서 2025년 600만~1600만대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배터리 업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전기차 분야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완성차 업계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 안정성을 위해 내재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향후 배터리 업계에 대한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속도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몇년 간 배터리 업체들의 발언권이 급격하게 강해졌다”면서 “이로 인해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점도 자체 개발에 나서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