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 노사가 올해 임단협이 표류하고 있다. 정년 연장, 미래차 전환, 급식 이원화, 임금 등의 안건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특히 먼저 임단협을 시작한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열린 첫 상견례에서 빠른 합의 도출로 '굵고 짧게 마무리 짓자'며 한목소리를 냈으나 파행이 거듭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6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1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30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공장에서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노조지부장 등 노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현대차 임단협 13차 교섭이 결국 결렬됐다. 이날 사측은 5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임금 인상,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 등을 노조측에 제시했다.
노조는 이날 사측의 제시안이 조합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가 요구했던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65세 정년 연장, 성과급 30% 지급 등의 내용과 큰 의견차가 지속됨에 따른 결과다.
노조는 결렬 선언과 함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또 다음달 5일 임시대의원회를 열어 쟁의 발생 결의를 위한 142차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6일과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중노위가 노동쟁의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고 쟁위행위 찬반 투표에서도 찬성 비율이 50%를 넘게 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13차 교섭에서도 끝내 요구를 외면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통해 당당하게 투쟁으로 돌파하겠다"며 "서울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마쳤고 조정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2일 이후 회사측에서 납득할 만한 안건을 준비해 교섭 요청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 노조도 정년 연장과 생산직 신규 채용을 주요 안건으로 내세우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산직 인력 감소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최근 열린 미래발전전략위원회 본회의에서 "생산직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면 산학 인턴 채용에 협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6개월 단기 계약직인 산학인턴 대신 정규직 인력을 신규 채용해야 정년퇴직으로 인한 인력 자연 감소분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정년퇴직자 규모는 7266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 등 미래차 산업 전환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줄어드는 인력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나 변속기 등이 없어 부품 수가 30%가량 적다. 따라서 생산 라인 근무 인원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3차 협상에 돌입한 진행한 기아 노조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급식 이원화 등 현대차그룹 내부 문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여름휴가 전 타결'은 한층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