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초유의 빗물 지하터널인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 완공 후 단 한 건의 침수 피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1일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고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1일 서울 양천구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을 찾아 장마철을 앞두고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은 지하 40m 깊이에 길이 4.7km의 터널이 관통하고 있다. 최대 지름 10m이다. 지하 깊숙이 설치된 대형 빗물터널로 폭우가 내리면 각 지역 하수관에서 빗물을 끌어와 역류를 막고, 유도터널과 수직구를 거쳐 빗물을 임시 저장했다가 안양천으로 내보낸다.
원래 신월·화곡 일대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상습침수지역이었다.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 만들어진 계기도 2010년 시간당 100mm에 육박하는 국지성 폭우가 쏟아져 3000여세대가 침수 피해를 입은 이후 해외 사례까지 연구한 끝에 1392억원을 들여 작년 5월 완공됐다.
막대한 예산과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만들어진 시설인 만큼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은 30년 빈도 강수를 기준으로 했다.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장시간 발생하더라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지녔다. 실제 완공 이후 양천구에는 지난해 장마를 지나며 4~5차례의 폭우가 발생했지만 단 1건의 침수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작년 장마 당시 안양천이 범람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제방을 넘지 못하고 무사히 지나갔다.
올해만 해도 신월동 일대에 지난달 29일 오후 4시35분쯤 약 30분간 무려 53mm의 기습폭우가 내렸지만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은 이미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하수관거의 기준수위를 넘자마자 수직구에서 엄청난 양의 빗물을 쏟아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당연히 침수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오후 4시 35분쯤 기습폭우가 내리자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 작동하는 모습. 사진/양천구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의 뛰어난 성능 덕에 화곡·신월 일대는 상습침수지역이라는 오명을 벗을 날이 멀지 않았다.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 관계자도 “서울이 다 잠기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 동네가 침수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우기 전에 이미 점검을 마치고 자동 운영되는 시설을 근무인력이 24시간 대비하면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 구청장도 “주민들도 ‘돈 들인 값을 한다’고 만족해한다. 시설을 제대로 운영해 주민들에게 10년 전과 같은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구청장은 이어 용왕산근린공원 남측 절개사면의 급경사지를 찾아 붕괴 위험에 대한 대비를 점검했다. 작년 8월 집중호우로 용왕산 일부 경사면이 무너져 토사 유실이 진행된 곳이다. 현재 응급복구를 마친 상태로, 산사태 예방사업을 곧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절개사면 정비 완료 이전까지 집중호우로 인해 낙석 등으로 주민들이 피해입지 않도록 안전에 만전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김 구청장은 “반지하나 저지대 주택에 침수방지시설을 지원하고 10월15일까지 5개월간 단계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지친 주민이 침수 피해까지 겪는 일이 없도록 모든 인력과 자원을 동원해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1일 서울 양천구 용왕산근린공원의 남측 절개사면의 급경사지를 찾아 붕괴 위험대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