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사가 연이어 리모델링 전담팀을 만들면서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주택 먹거리 확보가 어려워진 가운데 리모델링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006360)은 건축·주택부문 내 도시정비2담당 부서 아래에 리모델링팀을 신설했다. 기존에 리모델링 업무를 보던 인원이 4~5명 있었는데 아예 전담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팀장직은 기존에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던 부장급 직원이 맡을 예정이다.
GS건설의 리모델링팀은 리모델링 사업 발굴부터 수주 활동, 수주 단지의 사업 관리 등을 담당한다. 회사는 리모델링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수행 역량을 쌓아 리모델링 사업에서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047040)도 리모델링 전담 사업팀을 신설했다. 주택건축사업본부의 도시정비사업실에 신설된 리모델링사업팀은 △사업 △기술·견적 △설계 상품 등 3개 파트로 구성되고 총 17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배치됐다. 팀은 설계·기술·공법·견적 등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법규 및 정책 검토에서 신상품 개발 등 리모델링 사업 전반을 관리한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028260)도 최근 리모델링 전담팀을 만들었다. 팀원은 6명 내외이며 부장급 직원이 팀을 지휘한다.
현대건설(000720)도 리모델링 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팀을 조직했다.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영업실 내에 리모델링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를 아예 리모델링 영업팀으로 개편해 본격적인 사업 진출에 나섰다.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건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다. 대형 건설사들은 1~2년전만 해도 리모델링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쌍용건설과 포스코건설 정도가 리모델링 시장에서 두터운 입지를 쌓고 있었다. 그러나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 주택 일감 확보가 여의치 않자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정비사업 규제로 시장 상황이 나빠졌다고 과거보다 수주 목표를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주택 수주 규모를 유지하려면 리모델링 진출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리모델링 시장은 일감 증가도 기대되는 영역이다. 민간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해 사업 추진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사업은 준공 30년이 지나야 하고 안전진단에서 D(조건부허용)나 E(불량) 등급을 받아야 진행이 가능하다. 반면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 안전진단 B 등급 이상이면 추진이 가능하다.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7조2930억원에서 오는 2025년 23조3210억원, 2030년 29조35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아파트 리모델링의 착공면적은 연평균 성장률이 2010~2015년 35.5%에서 2015~2019년 90.7%로 급증세가 뚜렷해졌다.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와 향후 5년 안에 30년이 넘는 아파트가 약 290만호로 추산되는데, 재건축 규제를 피해 리모델링을 검토할 단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건산연 분석이다.
리모델링 수주전에 뛰어드는 건설사가 많아지면서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그간 먹거리를 찾아 지방 정비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등 가리지 않고 나섰는데 리모델링으로도 발을 넓히면서 먹거리 확보 싸움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리모델링 일감이 늘어나도 경쟁자가 많아지니 주택 수주가 점점 어려워지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