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동향)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전국구 건설사 진출 노린다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지역건설사 한계 넘어 전국·해외 진출 기반
업계 일각선 “대우건설 경쟁력 약화할 것” 우려도

입력 : 2021-08-01 오전 7:00:00
광주광역시 소재 중흥건설그룹 사옥. 사진/중흥건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전국구 건설사 도약을 노린다. 대우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정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가 온전히 끝날 경우 호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건설사라는 한계를 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인수 과정이 순탄치 않은데다 오히려 대우건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건설(047040) 매각을 진행 중인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는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을 선정했다.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를 직접 발표한 이대현 KDBI 대표이사는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및 예비협상대상자 선정은 매각대금, 거래의 신속 및 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라고 언급했다. 중흥건설이 제시한 자금 조달계획과 대우건설의 재건 계획 등을 토대로 볼 때, 계약을 끝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것이다.
 
정 회장은 전부터 대형 건설사 인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3년 내 대기업 인수를 통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건설 인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레이스를 완주할 경우, 정 회장은 광주를 기반으로 하는 주택 중심 지역건설사라는 한계를 벗어나 전국을 무대로 삼는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다. 
 
시공능력평가도 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중흥그룹의 계열사 중흥토건은 2조585억원으로 17위, 중흥건설은 1조1302억원으로 40위에 올라있다. 대우건설은 8조7290억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세 회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은 11조9177억원이다. 11조3770억원으로 2위에 올라있는 현대건설보다 높은 금액이다. 
 
시공능력평가는 사업 수주 때 입찰 기준으로 적용되곤 한다. 민간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조합이 시평순위 10위권 내 건설사만 입찰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달기도 한다. 시평순위가 오르면 사업 참여 기회가 많아지는 셈이다.
 
인수에 따라 재계순위 역시 상승할 전망이다. 중흥그룹의 재계순위는 현재 47위지만, 대우건설 인수시에는 20위권대로 안착할 수 있다. 
 
국내 사업뿐 아니라 해외 사업의 기회도 생긴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 해외 곳곳에서 공사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로 건설업계 내 존재감을 대폭 키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수가 순탄치만은 않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재입찰이다. KDBI는 지난 6월25일 본입찰 이후 지난달 2일 다시 입찰을 진행했다. 중흥건설이 최초 제시한 인수가격의 수정을 요청하면서다. KDBI는 원매자가 입찰 조건을 수정할 권리가 있음을 매각 공고에 기술했다며 재입찰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사실상 재입찰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이번 매각작업이 중흥건설 컨소시엄을 사실상 낙점한 상태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매각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내달 18일 1차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수 완료 이후 대우건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에서 나온다. 대우건설의 주력 먹거리 중 하나인 주택정비사업에서 약점을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조합을 대상으로 한 영업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아닌 중흥건설의 푸르지오’라며 꼬투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라며 “경쟁사들 사이에선 대우건설의 약점을 하나 잡은 셈”이라고 언급했다.
 
인수 후 대우건설이 해외사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정 회장 입장으로선 해외 진출 기회가 생기는 셈이지만, 해외 사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손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별도 경영을 한다 해도 사업 진행의 최종 판단에는 회장이 일부 개입하지 않겠느냐”라며 “해외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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