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그 가족에 대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사건은 착수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들 기관의 수사 의지를 지적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제기된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등 사건에 대해 10개월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수사 착수 이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된 이후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그달 11일 서초세무서로부터 이 업체의 과세자료를 받는 등 수사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피의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가 윤 전 총장이 지난 2019년 검찰총장으로 지명될 무렵 주관한 전시회에 협찬금 후원사가 늘어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또 지난 2013년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이 설립할 당시 약 2억원의 주식을 액면가에 매입해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 도이치모터스가 지난 2009년 상장된 후 2011년까지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과정에 개입해 차익을 봤다는 의혹도 받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4일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관련 고발 사건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고발 사건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한국거래소의 심리분석 회신 결과를 반부패수사2부에 수사 사건으로 배당해 함께 수사해 왔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과 관련한 모해위증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전 총장에 대해 지난 6월4일 각각 '공제7호', '공제8호'로 등록한 후 수사에 착수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2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기금 편취와 관련한 옵티머스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 3월 한 전 총리 관련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 방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윤 전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실질적으로 김건희씨가 소환되지 않았다면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피의자를 소환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기소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돼 있어 해당 사건 수사가 지연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되면 삼성이 망할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과 똑같다"며 "전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도 마음먹으면 수사할 수 있다"며 "수사지휘권 배제를 거론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14일 공수처에 "통상의 형사사법 절차대로 고발인 조사를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김 대표는 "고발인 조사는 통상적인 절차인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며 "김진욱 공수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발인이 윤 전 총장이라 특별대우한다는 느낌이고, 성역 없이 수사한다고 해놓고서도 눈치를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좌고우면하는 것은 공수처 설립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박규형)는 지난달 9일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하고 있다. 이 수사는 최씨의 옛 동업자 정대택씨가 대검찰청에 재항고한 후 대검이 내린 재기수사 명령에 따른 것이다.
앞서 정씨는 지난 2003년 스포츠센터 투자로 발생한 이익금 53억여원을 두고 최씨와 소송을 진행했고, 정씨는 2006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최씨는 이후 지난 2011년 정씨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스포츠센터 동업약정서에 대해 위증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이전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최씨가 위증한 것을 진술한 내용이 있어 검찰에서도 수사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검찰은 법 기술로 수사를 안 하고 덮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은평갑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과 함께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