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증시, 바닥 판단한 개미들 "기회다"…영끌·빚투 역대 최대

삼성전자 신용잔고 3년만에 최대…"아직 불확실성 남아" 반대매매 주의보

입력 : 2021-08-22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증시 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2거래일 연속 1%대 하락하면서 조정 폭이 깊어지자 현재 주식시장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 개인들이 빚을 내 투자에 나선 모양새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황 우려와 테이퍼링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 반등이 언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만약 증시조정이 길어져 반대매매가 나올 경우 투자자들의 손해와 증시 조정 폭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개인의 신용공여(신용융자) 잔고는 25조3656억원으로 나타났다.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17일 역대 최초로 25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말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내 증시는 이달초 반도체 업황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피크아웃 우려와 함께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6일 3276.13이던 코스피는 이날 3060.51에 마감하며 최근 10거래일간 6.58%나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하락폭이 컸다. 이 기간 KRX 반도체 지수는 12.04% 급락했는데, 한국거래소가 내놓는 지수(KRX)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최근 신용융자 잔고가 증가한 것은 현재 증시가 바닥이라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리고 빚을 내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투자자들의 빚투는 낙폭이 컸던 반도체 종목에 몰렸다. 이달 국내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11.45%, 14.58% 하락했고, 원익(032940)ISP(17.23%), DB하이텍(000990)(12.22%), LX세미콘(108320)(7.37%), 리노공업(058470)(5.10%) 등 반도체 관련주 대부분이 큰 폭 하락했다.
 
하락폭이 커지면서 반도체 종목 신용거래도 늘었다. 전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공여율은 4.74%로 지난 4월7일 이후 최대치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잔고율는 0.21%로 지난 2018년 액면분할 당시 이후 최대치다.
 
SK하이닉스 역시 신용공여율이 6.86%로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12일부터 17일까지 3거래일 연속 7%이상을 유지했다. 이밖에 리노공업(22.80%), LX세미콘(20.82%), DB하이텍(13.21%), 원익ISP(9.85%) 등도 높은 신용 공여율을 보였다.
 
신용잔고율은 전체 상장주식 수 대비 신용거래 잔고 비율을 의미하며, 신용공여율은 일일 전체 거래량 대비 신용매수 비율을 나타낸다. 리노공업과 LX세미콘의 경우 당일 거래된 주식 5주 중 1주는 신용으로 거래됐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빚투에 나섰지만, 증시 바닥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증시 조정이 깊어질수록 투자자들이 입는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증시에서 반대매매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전일 기준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0.8%로 지난 5월2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경우 매수 후 3거래일 동안 갚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에 나선다. 이때 증권사에서는 주식을 강제로 하한가에 팔아버리는데, 이는 주가 추가하락으로 이어져 증시 변동 폭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공여 잔고가 늘어날수록 주가하락의 위험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반대매매는 기계적으로 이뤄지는데 하한가에 주식을 팔아버리기 때문에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주가하락이 또다시 반대매매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증시 조정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신용 거래에 있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진행될 경우 투자자는 실제 미수 금액보다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투자자의 자금이 부족할 경우 증권사는 자금회수를 위해 하한가에 매도한다. 만일 종가 1만원인 주식에 100만원의 반대매매 금액이 발생할 경우 하한가인 7000원에 매도되기 때문에 실제 반대매매 수량은 100주가 아닌 143주가 된다.
 
국내 증시 조정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빚투'와 반대매매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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