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헌법이 정한 우리 사회의 정의는 무엇인가

입력 : 2021-09-06 오전 6:00:00
우리 사회에서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교수나 전문가, 시민들 각자 생각하는 정의가 다를 것이지만,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할 것”을 요구하는 헌법전문은 보수든 진보든 어떤 세력이 권력을 잡더라도 반드시 준수하고 실천해야 하는 우리 사회 정의의 핵심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식에 대한 부산대의 의전원 입학 취소 결정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가 답변하게 됐다. 부산대가 신입생 모집요강 중 지원자 유의사항에 따라 제출 서류의 기재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을 이유로 입학취소 예정결정을 한지 하루만이다. 
 
조 전 장관은 자식으로 인해 다른 학생이 낙방하는 피해 입은 지원자는 없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인용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부정입학자가 있으면 억울한 피해자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도 “피고인의 범행이 없었더라면 합격할 수도 있었던 다른 지원자는 탈락하게 되어 그 사람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하였다”고 통렬하게 지적했다. 부정입학한 조 전 장관의 딸에 대한 입학 취소 결정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조 전 장관 일가의 부정행위로 인해 억울하게 떨어진 학생의 구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진행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래 지난 2년 간 우리 사회는 극도의 분열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뻔히 알만한 식자층들이 거짓으로 선량한 시민을 선동하기도 했다.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고 하거나, 그깟 표창장 위조로 징역 4년이라고 하고, 코링크PE와 무관하다거나, 검찰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는 등 온갖 거짓과 기망으로 사회를 분열시켰다. 
 
그러나 수만 쪽에 이르는 기록과 수십 명에 달하는 증인신문, 그리고 수많은 변호인들이 변론한 결과 자식의 대학 및 의전원 진학을 위하여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의 인턴십 확인서 등 허위 내용이 기재된 5개 기관의 확인서를 발급받고, 허위내용이 기재된 동양대 어학교육원장 명의의 연구활동 확인서를 직접 작성했으며,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여 자식이 의전원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허위경력을 기재하고, 위조된 표창장을 증빙서류로 제출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연구보조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없는 자녀를 마치 연구보조원인 것처럼 허위로 신고하여 돈을 편취하였고, 상장법인 WFM의 주요 주주인 코링크PE를 실제로 운영하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징역 4년 확정)으로부터 취득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여 WFM주식을 매하여 부당이득을 얻었고, 자신의 주식 취득부분을 감추기 위하여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하여 범죄수익을 은닉했으며, 범행을 감추기 위하여 코링크PE 직원들에게 자료를 인멸하도록 교사하고,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에게 컴퓨터 본체를 반출하여 은닉하도록 교사하는 등 법원에서 인정된 죄가 무려 11개다. 그깟 표창장 위조가 아니다. 
 
결국 조 전 장관 부부는 자식에게 용의 지위를 대물림 해주기 위하여 온갖 부정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정 교수 판결에서 조 전 장관도 허위 내용이 기재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등 2건의 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에 가담한 것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재판 과정 내내 당시의 입학제도 자체가 문제라며 범행의 본질을 흐렸고, 입학사정 담당자들이 허위성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고 책임을 전가했으며, 수사가 시작될 무렵부터 인턴십 확인서 작성자인 장영표 교수 등에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요구한 것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판결을 통해 드러난 조 전 장관 일가의 범죄는 타파해야 할 사회적 폐습과 불의다. 
 
정부에 정중히 요청한다. 부산대의 의전원 입학 취소 결정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대해 “부산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답변하기를. 더 이상의 소모적이고 갈등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