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과도정부 구성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가 내무장관을 맡았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여성 인권 관련 정책은 언급하지 않아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과도정부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아프간을 장악한 지 3주 만이다.
과도 정부는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가 총리 대행을 맡아 이끌 예정이다. CNN은 그가 탈레반이 결성된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출신이며, 지난 20년 간 탈레반 최고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군사적 측면보다 종교적 측면에서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인물로 여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탈레반 집권 당시에는 외무장관과 부총리를 맡기도 했다.
당초 탈레반이 발표할 새 정부의 수장은 탈레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바라다르가 아닌 하산이 과도정부 수반을 맡은 것으로 보아 지도부 내 의견 불일치로 인선 발표가 늦어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탈레반은 지난 3일 새 정부 구성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연기했다. 지도부 내분으로 바라다르가 총상을 입었다는 소식도 따랐다. 하지만 이후 바라다르가 각종 외교 활동을 연이어 소화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총격설의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탈레반 내 강경조직으로 알려진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시라주딘 하카니가 내무장관 대행을 맡은 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그가 이끄는 하카니 네트워크는 지난 20년 동안 카불에서 수많은 공격과 납치를 일삼았다. 또 종종 미국인들을 납치하는 음모를 꾸몄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지난해 1월 납치한 미국인 한 명도 아직 인질로 붙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카니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최우선 수배 대상 인물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으며 현상금만 500만 달러(58억1000만원) 상당이다.
국방장관 대행은 탈레반 창설자인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가 맡았다. 그는 이번 아프간 점령 작전을 지휘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주민들을 폭압하고 이전 정부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폭행, 살해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이번 인선은 모두 탈레반이 강경 통치했던 당시 정권에 몸담았던 남성들로만 구성됐다. 여성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탈레반은 인선 발표에서 여성에 대한 정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샤리아(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교육을 보장하겠다고만 했다.
국제사회는 샤리아 해석 자체가 상대적이어서 실제 여성 및 소수자 인권 보호와는 거리가 멀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탈레반 인선을 발표한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내각은 완전하지 않다"며 이번 임명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내각 구성원들이 얼마나 오래 직을 수행할 것인지, 무엇이 변화의 촉매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기자회견 하며 새 정부 구성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