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서점이 차례로 문을 닫으면서 '책 생태계 위기론'도 커져가고 있다.
올해 초 국내 도서 도매업체 2위 인터파크송인서적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서울문고가 운영해온 반디앤루니스까지 최종 부도처리가 되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8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는 올해 전국 8개 매장 중 신세계강남점과 롯데스타시티점, 목동점, 여의도신영증권점 등 4개점 운영을 중단했다. 온라인 서점도 현재 운영을 정지한 상태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서울문고가 출판사에 3000여곳에 지급해야 할 잔액 120~130억원을 포함, 피해 금액이 총 200억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업계 1위 교보문고까지 올 상반기 31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최대 주주 교보생명으로부터 8년 만에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교보문고는 확충된 자본으로 물류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디지털 기반의 미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형 서점의 오프라인 매장 하락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5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간한 '2020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교보문고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은 0.7% 느는데 그쳤다. 78개 출판 기업의 2020년도 매출액은 4조8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준 것으로 집계됐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초대형 체인서점 같은 경우에도 마이너스 매출이 나는 상황이며 규모가 적은 서점일수록 더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임대료는 계속 올라가는데 비해 고객은 늘어나지 않는 상황은 더 심화되고 있다. 서점들 입장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일 것"이라고 짚었다.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인터파크 본사 앞에서 열린 인터파크 규탄 출판인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책 생태계 위기론도 커져가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서점은 독자들에게 새 책을 선보이는 '통로'이자 '문화 공간'으로 역할해왔기 때문이다. 모바일이나 태블릿을 이용하는 독자가 늘고 있지만 작은 화면으로 여러권의 책을 살피기는 한계가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한번에 수십권의 책을 살펴볼 수 있는 경험과는 다르다.
오프라인 서점이 문을 닫으면 대형출판사 중심의 책들로 도서 시장이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력이 풍부한 대형 출판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갖고 있지만 소규모 출판사들은 열세에 있어서다.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지면 독자들은 온라인 상으로 노출된 책 위주로 사기 쉽다.
익명을 요청한 1인 출판사 대표는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 도서를 진열하거나 행사를 하는 활동들은 자금력 없는 출판사들에게는 '중요한 창구'가 돼왔다"며 "일단 노출할 기회가 전보다 사라지다보니 비교적 경쟁력이 없는 출판사들 입장에서는 타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사 직전에 몰린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업계에선 "문화상품으로써 책의 특수성을 이해한 근본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회적협동조합 등 여러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서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출판 문화 진흥'이란 본래 취지와 달리 할인을 권장하는 법으로 전락한 현행 도서정가제를 개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자본력 있고 유통 단계가 단순한 대형 온라인 서점만 15% 할인이 가능한 구조라, 오프라인 매장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백 대표는 "구조적으로 출판 생태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든 것이 현행 도서정가제"라며 "가격 정책을 균등하게 책정하는 제도 자체가 안착이 되면 우리나라도 결국 프랑스처럼 개성있고 매력적인 서점들이 많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이어 "책과 서점이 지닌 특수성을 단순한 상업의 영역으로 바라보면 안된다. 누구든 서점 하고자 했을 때 최소 운영될 수 있는 바탕이나 장치, 도구들이 있어야한다"며 "그 혜택은 결국 독자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들이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오롱싸이언스밸리2차에서 서울문고 관계자들과 만나 회생 신청 현장검증을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