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국내 외국계 완성차업체 3사인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차(003620)가 노사 갈등 봉합,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차 전환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판매 부진, 반도체 수급난, 대규모 리콜 등으로 전기차 도입 시점이 늦춰지고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국내시장에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와 소형 전기차 '조에'를 판매하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위지는 지난 7~8월 월 기준 국내 판매량이 20대에 못미친다. 1~8월 누적 판매도 261대에 불과하다. 조에의 7월과 8월 월별 판매량도 100대 안팎에 그쳤다. 국내 시장에서의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는 636대를 기록했다.
특히 '조에'는 국내 시장 부진과 달리 유럽 시장에서는 손에 꼽히는 인기 모델이다. 조에는 지난해 10만657대가 판매되며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에 등극한 바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자체 보조금 소진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국에서 2000만원대에 살수 있는 전기차는 '조에' 밖에 없다"며 "경제성 면을 강조하면서 단기적으로 효과를 내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도 리콜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면서 전기차 본격 전환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한 신형 볼트 2종 '2022년형 볼트 EV'와 '볼트 EUV' 주문 대수는 약 3주 만에 4000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존 볼트 EV의 국내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던 2019년 판매량 4031대에 버금가는 수치다.
이같은 인기에도 신형 볼트 2종은 GM 본사 차원의 리콜 조치에 따라 출고가 무기한 연기됐다. 고객 인도를 위해 국내에 들어왔던 차량들도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쉐보레 대리점들도 연내 출고는 힘들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번 리콜은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GM의 방침에 따라서 결정된 것"이라며 "현재 영업과 마케팅팀이 GM 본사와 추후 일정에 대해서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생산과 출고 시점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EV 사진/제너럴모터스
쌍용차도 마찬가지다. 쌍용차는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10월 유럽 출시를 목표로 잡고 양산에 착수했다. 다만 반도체 수급 문제 및 협력업체 부품 공급 상황 등 제한된 생산량 탓에 국내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럽 물량도 아직 선적되지 않은 상태"라며 "반도체 수급 상황이나 제반 여건을 고려해 국내 출시 일정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와 테슬라를 비롯한 수입차업체들의 초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국내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5만7990대로 전년 동기(2만9001대)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은 1만1700대, 테슬라는 모델Y(6871대), 모델3(7172대) 등 각각 1만대가 넘는 전기차를 팔아치웠다.
기아(000270) EV6도 출시 한달 만에 1910대가 판매됐다.
전문가들은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차 3사의 새로운 전동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반도체 수급난은 공통의 문제인데도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너 3사가 신차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가장 큰 포인트"라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