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세계적 록밴드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은 지난 4월 방탄소년단(BTS)과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를 협업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팬데믹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시대지만 그는 직접 한국에 날아와 BTS를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티스트가 한국어를 하고, 서양의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게 저한테는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어요."(크리스 마틴)
빅히트뮤직이 제작한 약 13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마이 유니버스'(Inside 'My Universe')가 공개됐다.
팬데믹을 뚫고 서울에서 만난 크리스 마틴, BTS가 경계를 초월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았다.
마틴은 다큐 첫 부분에서 "'BTS가 곡을 같이 하고 싶대' 하는 연락을 받고 '그게 어떻게 가능해'라고 했다"며 처음 협업 이야기가 오간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어느날 친구가 'My Universe'라는 말을 했는데,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적어 뒀다. 친구에게 '방탄소년단을 위한 가이드를 만들어 보자'라고 제안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힘든 여정"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 마틴은 "녹음을 위해 운 좋게도 이틀 동안 머무를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최근 애플뮤직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엄격한 방역절차를 거친 것을 떠올리며 "여기가 어딘지,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결국엔 BTS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콜드플레이 'My Universe' 다큐멘터리. 사진/빅히트뮤직
영상 중반 부터는 곡 '마이 유니버스'를 함께 만드는 녹음 과정이 그려진다.
실제로 이 곡은 콜드플레이 특유의 반짝거리는 록과 신스 사운드의 균형 위로, 마틴의 허스키한 보이스는 BTS 멤버들의 부드럽고 유려한 고음과 하모니를 만들어간다.
우주 같은 존재 '너'에게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며 지친 그를 응원하고 위로한다.
"내 우주의 넌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주는걸", "너와 함께 날아가", "우리는 너를 따라 이 긴 밤을 수놓을 거야", "자 어서 내 손을 잡아" 등의 한국어 가사가 포함돼 있다.
영상에서 멤버들은 녹음 부스에서 직접 한국어 가사 작업에 참여하고 노래를 부르며 마틴과 교감한다.
마틴은 각 멤버들의 보컬이 끝날 때마다 "완벽했어요", "너무 좋아요"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함박웃음을 짓고 엄지를 치켜들기도 한다.
"이 곡은 사랑의 힘이 국경, 규칙, 성별, 인종, 성적 정체성, 모든 걸 초월할 수 있다고 노래합니다. 지금 우리는 국경으로 나뉘어 있거나 함께 있을 수가 없지만 그 어떤 것도 사랑의 힘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하는 거죠."(마틴)
편견의 허들을 넘어 불가능한 만남과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우주적 사랑이라는 메시지다. 연주 중심의 서양 록밴드, 퍼포먼스가 특징인 동양의 보이그룹 간 만남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BTS의 퍼포먼스를 존중한 마틴은 곡 뒷부분에 댄스 브레이크 파트도 넣었다.
마틴은 "우리 같은 팀은 절대 할 수 없는 분야다. 그들의 전혀 다른 능력을 존중한다"고 했다. 또 'MIC DROP'을 꼽으며 "좋은 BTS 음악이 많은데 그것은 프로덕션이 좋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와는 조금 다른 특이한 구조와 다른 멜로디가 있다"고도 했다.
RM은 "평소 (마틴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듣던 것처럼 인간적이고 순수하고 편견이 없는 사람 같았다. 악기를 연주하던 록 밴드들과 달리 퍼포먼스 중심의 '뉴 타입 보이밴드'가 지구상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는 것에 대해 흥미로운 듯했다"고 했다.
BTS 멤버들은 최근 특사 활동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을 때 콜드플레이와 재회하기도 했다. 26일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 자선콘서트 현장에서 마틴은 멤버들이 선물한 개량한복을 입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24일 공개된 손글씨 가사 비디오(Lyric Video)는 조회수 2500만회를 넘겼다. 음원은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서 이틀 연속 3위를 기록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