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국내 최초로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열분해유를 정유·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투입한다.
SK지오센트릭은 30일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만들어진 열분해유를 SK이노 울산 컴플렉스(CLX)의 공정에 원료유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SK지오센트릭과 SK 울산CLX 구성원들이 최초 공정 투입을 위해 열분해유를 싣고 온 차량(탱크 트럭)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원료유로 투입된 열분해유는 다른 원유와 마찬가지로 SK에너지의 정유공정과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공정을 거쳐 석유화학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는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로 뽑아 내는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SK지오센트릭 그린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일환이다.
지금까지 열분해유는 염소 등 불순물로 인해 공정 투입 시 대기 오염 물질 배출, 설비 부식 등에 대한 우려로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SK지오센트릭은 전통 화학사업 역량에 기반, 열분해유 속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기술을 개발·적용함으로써 열분해유를 친환경 원료유로 탈바꿈했다.
이번에 최초 도입한 열분해유는 SK지오센트릭과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이 지난 2019년부터 후처리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온 국내 중소 열분해 업체 제주클린에너지생산 제품이다. SK지오센트릭은 친환경을 위한 국내 폐플라스틱 열분해 중소기업과의 상생·협업 관점에서 이들이 생산한 열분해유를 도입해 품질을 개선, 정유·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투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 이슈의 심각성을 감안해 자체적 열분해를 위한 핵심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 글로벌 기술 파트너링을 통해 SK 자체 불순물 제거 공정을 결합시킨 대형 열분해 공장 건설도 추진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지오센트릭은 이미 올해 초 미국 열분해 전문업체 브라이트마크사와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울산에 대형 열분해 공장 등 화학적 재활용 방식의 도시유전을 건설하겠다고 지난 7월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기술과 자체 기술이 결합된 열분해유 공장은 2024년 상업 가동 예정으로, 연간 20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처리가 가능하다.
유재영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총괄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열분해유의 친환경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공정 투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60여년 간의 정유·화학사업 역량에 기반한 연구개발·공정기술을 바탕으로 유관부서가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 실제 공정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SK에너지 정유 공정과 SK지오센트릭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기관의 관심과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재활용한 열분해유는 현행 폐기물관리법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대법)에서 석유대체연료로 인정 받지못해 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투입할 수 없었지만, 이를 정부가 해결해 주었다는 설명이다.
SK지오센트릭은 올 초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SK 자체 공장 열분해유 투입을 통한 공정 원료화 실증 목적의 ‘실증 규제 특례’를 신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폐플라스틱 소각·매립을 대체할 수 있는 열분해유 공정 원료화 사업의 온실가스·토양 오염 저감 효과 등을 인정해 이달 중순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유 투입량을 연간 약 200톤 이상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해 생산 설비 및 제품 영향도 등에 대한 실증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 결과에 기반해 석대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울산CLX 열분해유 최초 도입은 플라스틱 자원 순환 경제와 친환경 확산을 위해 정부와 대·중소기업 등 민관이 합심해 노력한 산물”이라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기반해 탄소사업에서 그린사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관계부처 및 관련 업계, 학계와의 협력을 더욱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