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청년 일자리 확대에 관한 걱정

입력 : 2021-11-04 오전 6:00:00
삼성과 LG, SK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청년 일자리 확대에 발 벗고 나섰다. 삼성은 지난 8월 앞으로 3년간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로 매년 1만개씩 총 3만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년 동안 7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LG는 3만명 직접 채용을 포함해 3만9000개, SK는 2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청년희망 온'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맺고 약속한 내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조만간 김 총리와 만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규모는 연간 1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청년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대기업이 동참에 힘을 보태는 것은 반길만하다. 청년 상당수가 바라는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 환경을 갖춘 기업에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산업의 주인공이 될 기회가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미래 세대인 청년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처럼 정부가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요청하면 기업이 당초 계획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화답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우려된다.
 
물론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만 청년들의 갈망과 절박함이 여느 때보다 큰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의 처방이 필요하다. 이번과 같은 일자리 확대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정부가 기업에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루가 급한 청년들에게 앞으로 몇 년 뒤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테니 참고 기다리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렇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업들이 늘리겠다고 한 채용인원만큼은 잉여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업 전망과 경영 환경을 따져 적정 인력 규모를 파악하고 충원 계획을 세웠을 텐데 이를 넘어서면 과잉이 되는 게 당연하다.
 
LG는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을 중단하고 LX그룹을 분리한 상황에서도 평소보다 고용을 10% 늘릴 계획이고 SK는 연간 6000명 수준의 채용계획을 매년 3000명씩 늘려 9000명을 뽑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예년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래 모빌리티와 배터리, AI, 로봇과 같은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신규 채용 인력을 확대할 만큼 전망이 급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인력 과잉은 비효율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기업은 이를 해소하거나 또는 예상치 못한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약속한 신규 채용 일정을 미루거나 규모를 조정하기 어렵다. 총수가 총리를 만나 한 약속을 어기기에는 여론의 시선이 너무 따갑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 인력이 회사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기존 사업이 번창하고 신사업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한다면 일거리가 넘쳐 지금 내놓은 것보다 더 많은 청년의 일자리가 생기고 이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 것이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란다.
 
전보규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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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