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은 이후 마약을 투약한 A씨 범행 간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점이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범행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영장으로 확보한 A씨 소변, 모발 등은 혐의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간접 및 정황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은 혐의사실의 직접 증거뿐 아니라 그 증명에 도움이 되는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과 감정 결과는 혐의사실의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과의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 등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투약부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압수수색 영장의 범죄사실과 A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에 대한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투약부분이 영장발부 이후의 범행이라는 사정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압수수색에 있어서의 ‘관련성’과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 중 필로폰 투약으로 인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부분을 파기 환송했다.
경찰은 A씨가 2018년 8월 말부터 같은 해 9월 초까지 메스암페타민(필로폰) 투약을 하고 2019년 9월 필로폰을 소지했다는 제보를 받아 2019년 10월 A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해당 영장에는 A씨의 동종 처벌 전력과 평소 마약 투약 증세를 보인 점, 빠른 증거확보를 위해 영장발부가 필요하다는 점이 적시됐다.
2019년 10월 경찰은 A씨를 체포하면서 소변 30cc와 모발 80여수를 함께 압수했다. 검사 결과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
A씨도 수사단계에서 “2019년 10월 26일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자백했고, 검찰은 이 내용으로 공소를 제기했다. A씨는 3회 동종전력이 있으며 징역형 2회, 징역형 집행유예 1회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2019년 10월 8일 압수·수색영장에 기초해 압수한 A씨의 소변과 모발 및 이에 대한 마약류 검사 결과를 기재한 각 감정의뢰회보는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거나 이를 기초로 해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A씨 자백 외에 범죄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1심 재판부는 상해 및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며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A씨가 2019년 10월 26일경 필로폰 투약 사실을 기재한 공소사실은 이 사건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2019년 8월~9월 필로폰 투약 및 같은해 9월 필로폰 소지 사실)과 관계가 없으므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돼 필로폰 소지 및 투약의 점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