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감시' 우려에 김오수 "섭섭한 건 알겠다" 평가 절하

'대변인 공용폰' 위법 확보 항의 기자들과 물리적 충돌
공용폰 확보 관련 "감찰부로부터 보고는 받았다"
기자들 감찰부 설명 요청하자 "그럴 권한 없어"

입력 : 2021-11-09 오후 7:03:57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검찰청 감찰부가 최근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로 확보하고, 실사용자 참관 없이 포렌식한 것과 관련 김오수 검찰총장이 이를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기자들이 해명을 요구했으나 김 총장은 “승인이 아닌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이어지는 질문에는 “검사장 교육 일정에 가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김 총장은 9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초구 대검 검찰총장실 앞에서 출입기자단 10여명과 50여분간 대치했다. 이날 기자들은 김 총장과 한동수 감찰부장에게 '대변인 공용폰'에 대한 위법 논란에 대한 구두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 부장은 물론 김 총장 역시 답하지 않고 진천 법무연수원 방문을 위해 떠나려 하자 찾아간 것이다.
 
김 총장은 “위법 소지가 있는 포렌식 등을 사전 승인했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감찰 관련 착수와 결과만 보고 받고 있고 감찰 과정에는 관여하지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승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보고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휴대폰 임의제출 승인 의혹에 대해서도 “결과만 보고받았다”고 답변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대응 문건 든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관련 지난달 29일 권순정·이창수 전 대변인, 서인선 현 대변인이 9월까지 사용하던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했다.

하지만 통상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후 포렌식 과정과 달리 당시 당사자에게 통지한 후 포렌식 과정에 참여시키고, 그 후 이미징 과정에도 참관시키는 과정이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압수수색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검찰의 언론감시 우려가 나오면서 후폭풍이 더 커졌다. 공용폰은 대검 대변인이 취재진의 취재 내용이 상세히 들어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19년 훈령으로 검사들의 언론접촉을 제한하고 각급 청의 공보관만으로 공보라인을 일원화 했다.
 
김 총장은 이같은 우려 제기에 "여러분들이 조금 섭섭할 수 있다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감시' 우려에 대한 지적을 기자들의 감정 쯤으로 해석하고 있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날 기자들이 한동수 감찰부장 등 감찰부 측에서 설명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총장은 ‘감찰부의 독립성’을 내세워 거부했다. 김 총장은 “감찰부장에게 (기자실로) 내려와서 설명하라고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진천에 가 검사장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제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이런 식으로 강제력에 의해 겁박을 받는다. 계속 방해할 것이냐”며 기자들을 뚫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수행단과 기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기자들의 위법 소지 관련 질의가 계속됐지만 김 총장은 “전국의 검사장님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진천에 대기 중”이라며 자리를 떠났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