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2금융권에서도 예대마진 폭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빅3 저축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오히려 예금금리를 내리거나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대출 총량규제로 대출 공급 한도가 소진되면서 예금금리를 인상할 유인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34%로 집계됐다. 기준금리가 1%로 인상되기 전날인 11월24일과 비교하면 0.03%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업권의 예금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업계 빅3 업체들은 오히려 금리를 내리거나 이전과 같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이달 1일부터 1~3년 만기 정기예금 이율을 기존 2.45%에서 2.4%로 0.05%포인트 낮췄다. 변동금리 상품인 OK안심정기예금의 3년 만기 금리도 2.55%에서 2.5%로 0.05%포인트 내렸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지난 11월15일 이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2.40%로 유지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지난 10월15일 이래로 2.30%로 책정 중이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빅3 업체의 예금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건 대출 규제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통상 저축은행들은 연말에 이르러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예금금리를 높여 재원을 확보한다. 그러나 올해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하면서 공급이 제한됐고 대출 재원을 확보할 유인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대율상 수신금리를 높이면 그만큼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며 "올해는 예년과 달리 대출총량 규제가 적용되면서 영업길이 막혔기 때문에 예금금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저축은행으로 고신용자가 이동했고, 이로 인해 대출금리가 낮아져 예금금리도 인하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해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출규제 풍선효과로 우량 차주들이 제2금융권에 몰려오면서 저축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대출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이 줄어들다 보니까 예금금리를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던 점을 감안해 사전에 예금금리를 올려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에 동행 또는 후행한다면 저축은행은 선행한다"며 "저축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예금금리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업계 주장에도 정치권에선 예대마진 폭리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시중은행에 비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저축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7.8%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1.9%)의 4배 수준이다. 업체별로는 웰컴저축은행이 16.1%포인트로 가장 금리차가 컸다. 뒤를 이어 OK저축은행이 13.8%포인트로 확인됐다. 강민국 의원은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 문을 못 넘는 중저신용자 등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목소리가 높아지자 금융당국에서도 2금융권 예금금리 산정 체계를 살펴본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예대금리차와 관련해 지적이 나와 1, 2금융 모두 점검하고 있다"며 "제2금융권 예대금리차를 모니터링해 줄여야 할 요인이 있다면 격차를 완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예대마진 폭리 논란이 2금융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저축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오히려 예금금리를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저축은행CEO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