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변해야 산다)②'탈현장화'…모듈러 사업 본격화

모듈러 주택 짓고 특허 내고…건설사들, 모듈러 진출 확대
공기단축·비용절감 이점…다각도 활용 검토
국내선 아직 걸음마 수준…”국가적 중장기 계획 마련해야”

입력 : 2021-12-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려는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탈현장화(OSC·Off-Site Construction)’ 시공의 대표적 사레인 모듈러 공법을 활용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모듈러란 레고처럼 건물을 조립하는 방식의 시공을 말한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모듈러 공법을 도입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그룹 내 건축사사무소인 포스코A&C와 함께 친환경 모듈러 숙소의 표준화 모델을 구축했다. 포스코건설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말 ‘여수 화태-백야 연륙연도교 건설 현장’에 20개동의 직원숙소를 모듈러 하우스로 건립했다. 
 
포스코건설이 ‘여수 화태-백야 연륙연도교 건설 현장’ 인근에 건립한 모듈러 숙소. 사진/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은 공사 완료 후 산간 지역 등 다음 현장으로 이동이 용이하도록 모듈의 무게를 줄였다. 또 6면 전체를 외장 마감해 현장 상황에 따라 여러 동을 붙여서 사용하거나 한 개 동만 단독으로 쓸 수도 있도록 했다. 포스코건설은 12층 규모의 광양제철소 직원 기숙사도 모듈러 건축공법을 이용해 짓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모듈러 공법으로 아파트를 건립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발주한 가리봉동 모듈러 행복주택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모듈러주택의 높이는 지상 최고 12층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용인시에서 13층 높이의 모듈러 주택 시공 사업을 수주했다. 
 
DL이앤씨(375500)도 모듈러 사업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DL이앤씨는 모듈러 유니트의 제작과 설치, 마감 및 설비와 관련한 요소 기술을 확보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거쳐 모듈러 구조와 외장, 마감에 관련된 특허를 19건 출원했다. 
 
또 DL이앤씨는 전남 구례의 귀농·귀촌주택과 충남 부여 동남의 국민임대·행복주택 등을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사업을 수주하며 모듈러 시장에 발을 넓히는 모습이다. DL이앤씨는 향후 연립·다세대와 같은 빌라형 주택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할 지도 검토 중이다.  
 
부산의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러 주택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DL이앤씨
 
GS건설(006360)도 모듈러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이다. GS건설은 지난해 8월 국내 모듈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했고, 폴란드 목조 모듈러 전문회사 ‘단우드’와 영국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트’도 인수했다. 
 
코오롱글로벌(003070)도 모듈러 건축 자회사 코오롱이앤씨를 세우고 모듈러 공법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코오롱이앤씨는 지난 7월 모듈러 건축기술에 관한 특허 3건을 등록했다. 서울대병원 문경 음압병동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음압격리병동을 모듈러 공법으로 건립하기도 했다. 코오롱이앤씨는 이외에도 타운하우스, 호텔, 상업시설 등 비주택 분야로 모듈러 공법을 확장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모듈러 공법이란 창호, 벽체, 배관, 욕실, 주방기구 등 자재와 부품이 포함된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는 조립해 설치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전통적인 철근콘크리트(RC·Reinforced Concrete) 공법은 철근을 세운 뒤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타설한다.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를 굳히는 양생 작업이 필요해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다. 모듈러 공법을 활용하면 이 같은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기후의 영향도 덜 받아,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주요 자재는 재활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탈현장화 트렌드에 발맞춰 모듈러 공법의 적용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며 “공법이 보다 활성화하면 공기는 물론 공사비 절약의 이점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모듈러 공법을 활성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전체 건설생산에서 모듈러 비중이 약 7%인 영국은 건설 생산성 향상과 산업 혁신을 위해 모듈러 시장을 육성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00만호의 주택을, 2022년까지는 50만호의 주택 공급 계획을 수립했는데, 공급 방안 중 하나로 모듈러 건설의 활용을 추진 중이다. 또 금융기관에 대한 모듈러 주택 보증체계를 개선하고, 주택건설 기금 활용 등을 통해 모듈러 주택 분야의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16년 건설산업 구조 전환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건설환경 구축을 위한 비전을 설정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했는데, 모듈러 분야가 이에 포함됐다. 싱가포르는 현장 공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모듈러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민간 수요로 모듈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건축 분야 종합건설기업의 62%, 전문건설기업 33%가 모듈러 공법 및 자재를 활용한 것으로 집계됐고, 모듈러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서도 모듈러 시장이 첫발을 떼고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주로 소규모 공공주택 발주에 의지하는 양상이 강하다. 지난해 공공주택 물량 중 모듈러 주택은 709세대에 그쳤다.
 
다만 국내에서도 모듈러 산업을 키우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정부는 올해 모듈러 주택 발주를 2200호로 계획했고, 내년에는 2500호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공공발주를 늘리는 것을 넘어, 모듈러 산업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주제도, 설계기준, 인허가 등 제도적 기반 마련과 사업 수행방식 개선 등 산업 차원의 전환 및 생태계 육성의 관점에서 체계적인 정책 방향 수립과 추진이 필요하다”라며 “건축 기준 완화, 모듈러 관련 설비 투자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통해 모듈러 사업의 추진과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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