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3분기까지 치솟던 벌크선 운임이 최근 석달 새 반토막이 났다. 벌크선은 석탄이나 철광석,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건화물선을 말한다. 중국이 철강 감산에 나서면서 철광석 물동량이 줄었고,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영국 런던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BDI지수(벌크선 운임지수)는 전날보다 2포인트 내린 2217을 기록했다. BDI는 벌크선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지표다.
BDI는 올해 2~3월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 10월 초 5600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수인 2000대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고점을 찍은 뒤 급락세를 탔고, 현재 지수는 최고점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올해 이전까지 BDI가 1000~2000 사이를 오갔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지수도 매우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급등하던 BDI가 최근 들어 조정 국면에 들어선 건 중국이 올 하반기 철강 생산을 제한하면서 철광석 물동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철광석·석탄·곡물과 같은 벌크선 주요 화물 중 중국으로 향하는 물량은 전체의 46%에 달했다. 특히 이중 철광석 물동량의 70%가 중국으로 간다.
27일 영국 런던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BDI지수(벌크선 운임지수)는 전날보다 2포인트 내린 2217을 기록했다. 사진은 팬오션 벌크선. 사진/팬오션
중국은 내년 2월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대기질 개선 차원에서 철강 생산을 줄이고 있다. 중국철강협회(CISA)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10억3000만톤으로, 전년 대비 약 3500만톤(3.3%)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철강을 포함한 탄소배출 대표 산업을 강력히 규제할 것으로 예상돼 감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내년 조강생산량은 올해보다 2.2% 감소한 10억2000만톤으로 전망한다"며 "CISA 사무차장은 내년에도 철강을 포함한 고탄소배출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세계 경기가 위축돼 BDI가 하락한다는 분석도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계의 3분기 성수기 계절성을 고려하더라도 BDI의 현재 하락폭은 유의미한 상황"이라며 "공급망 차질 완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으로도 볼 수 있지만, 중국과 유럽 경기의 악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BDI가 하락세를 탄 가운데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최근 7주 연속 오름세다. 상해항운교역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SCFI는 4956.02를 기록했다. SCFI는 컨테이너선 주요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지수다.
올해 내내 상승세를 탔던 SCFI는 9월 마지막주 들어 21주 만에 내림세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오름세를 타면서 사상 최초로 3000, 4000을 넘은 데 이어 곧 5000선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평소보다 약 5배 높은 수준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벌크선과 달리 항만 혼잡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오미크론 확산으로 병목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운임이 계속해서 오른다는 분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