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엽기적인 방법으로 직원을 살해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를 수사 중인 경찰이 당시 출동한 경찰관의 초동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살인 범죄를 인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고 내용이라든지 당시 현장 상황, 신고자인 피의자 진술 등 현장 출동 경찰관 입장에서 살인범죄를 인지할 수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우선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 청장은 "그럼에도 국민의 관점에서 미비점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파악하는 대로 정확하게 말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 A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스포츠센터 직원 20대 B씨의 항문에 길이 70cm 가량의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넣어 장기가 파열돼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경찰은 처음 A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장기손상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받은 뒤 살인 혐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사건 당시 A씨는 오전 2시쯤 스포츠센터에서 "어떤 남자가 누나를 때리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 출동 당시 센터 안에는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으며, A씨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그런 신고를 한 적 없다" "어떤 남자가 쳐들어와서 싸웠는데 도망갔다"등의 말로 횡성수설 했다.
현장을 수색하던 경찰은 B씨의 하의가 벗겨진 채로 누워있는 것을 발견한 뒤 B씨의 신원을 묻자 A씨는 "직원인데 술 취해 자고 있다", "도망간 남성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이후 경찰은 B씨의 가슴에 손을 얹어 맥박을 확인한 후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CCTV 화면을 확인하려 하자 A씨는 "보여주기 싫다. 내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말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철수했다. 결국 사건은 피의자의 자수로 알려지게 되면서 출동 경찰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 사진/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