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해외 건설 수주에서 시장 다변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주력 지역인 중동과 아시아 비중은 다소 줄어든 반면, 그간 진출이 쉽지 않았던 서구권에서 수주가 늘었다.
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가 유럽에서 확보한 수주 금액은 46억374만달러다. 지난해 연간 해외 수주액 306억1651만달러 중 15%에 해당한다.
태평양·북미 지역의 수주금액은 39억3361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해외 실적에서 12.8%를 차지했다. 유럽과 태평양·북미 일대의 수주 비중을 더하면 27.8%다.
구체적인 수주 성과가 나타난 곳은 호주와 러시아다. 호주에서는
GS건설(006360)이 노스이스트링크 민관합작투자사업을 따내며 이곳에 처음 진출했다. 호주 3대 도시 중 하나인 멜버른시 북동부의 외곽순환도로와 동 부도로 간 단절된 구간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DL이앤씨(375500)도 호주에 진출했다. DL이앤씨는 요소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를 수행하는 업무협력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러시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 성과를 올렸다. 민간석유기업이 발주한 가스처리시설의 EOC 계약을 맺었다. DL이앤씨도 러시아에서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을 따냈다.
서구권으로 꼽히는 두 지역에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 비중은 아직 높지 않다. 그러나 전년도인 2020년과 비교하면 진출이 활발해졌다. 2020년에는 총 351억2916만달러 중 유럽이 15억9620만달러로 4.5%에 머물렀다. 태평양·북미는 1.5%인 5억4647만달러에 그쳤다. 두 지역 비중의 합이 6%로, 10%도 되지 않았다.
2018년과 2019년 두 지역의 비중은 각각 14%, 13%로 조사됐지만 지난해보다는 여전히 낮았다. 유럽 및 태평양·북미의 수주 금액 자체도 지난해 들어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그간 국내 건설사의 텃밭이었던 중동과 아시아 지역은 입지가 줄었다. 지난해 중동 수주는 112억2385만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아시아는 2020년 115억7635만달러에서 지난해 92억5650만달러로 20% 줄었다.
비중도 작아지고 있다. 2017년에는 중동·아시아 두 곳이 93%로 해외 건설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도 70%대의 비중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약 66%로 주저앉았다.
건설업계는 그간의 시장 다변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은 발주물량이 많은데다 진출이 어렵지 않아 세계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입찰에 뛰어든다. 경쟁이 치열해 저가 수주로 이어지기 쉽고 수익성을 높이기도 용이하지 않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신시장 확보를 위해 기술력 확보, 컨소시엄 참여 등으로 서구권 시장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리고 실적을 쌓았다. 그 결과 진출 확대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이나 아시아는 경쟁이 워낙 치열해,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부각됐다”라며 “국내 건설사들의 기술력이 신시장에서 입증받을 정도로 많이 향상되기도 했다”라고 언급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을 벗어나 유럽으로 발을 꾸준히 넓힐 계획”이라며 “해외 수주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시장 다변화 양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