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서울시내 한 약국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이 당초 예상보다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용량을 줄여서라도 쓰겠다는 정부 발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해진 용법·용량을 벗어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화이자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최근 요양병원, 감염병전담병원 등에 입원 중인 환자에게도 처방될 수 있게 기분이 완화됐다.
지난달 14일부터 처방된 팍스로비드 복용 대상은 중증 코로나19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의 65세 이상 및 면역저하 환자 중 재택치료 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였다. 같은 달 22일에는 연령이 60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입원 환자들도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은 처방 건수가 당초 예상치보다 적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이날 오전 도착한 두 번째 인도 물량 1만1000명분을 포함해 총 76만2000명분의 팍스로비드 선구매 계약을 마쳤다. 다만 실제 처방은 지난달 27일 기준 506건에 그친다.
팍스로비드 처방 건수가 예상치를 밑돌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을) 50세로 낮추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질병관리청 보고는 가능한 적극적으로, 용량을 줄여서라도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총리가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 확대와 함께 용량 조정을 언급하자 전문가들은 일제히 현실성이 결여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팍스로비드는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리토나비르' 1정으로 구성된 알약 형태의 치료제다. 지난해 12월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팍스로비드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하면서 내놓은 용법·용량을 보면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리토나비르 1정씩을 1일 2회(12시간 간격) 5일간 복용해야 한다. 단,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치료제처럼 병용 금기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투약이 제한된다.
정해진 용량보다 적은 양을 복용할 수 있는 경우는 중등증의 신장애 환자로, 니르마트렐비르와 리토나비르를 1정씩 복용한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병용 금기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자들은 모두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리토나비르 1정을 먹어야 한다.
지난해 12월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팍스로비드'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하면서 공개한 전문가 자문의견.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김 총리의 언급 중 용량을 줄이는 방안이 중등증 신장애 환자 외 팍스로비드 복용 대상에게 적용되면 식약처 긴급사용승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등증의 신장애 환자는 세 알이 아니라 두 알로 줄여서 투여를 하게 돼 있지만 그 외에는 용량을 줄이는 경우가 없다"라며 "용량을 줄이면 내성 바이러스를 유도하기 때문에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용량·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효과도 있는데 정규 용량보다 적게 주면 치료 효과도 적게 나오고 내성만 키울 위험이 있다"라면서 "이런 종류의 결정은 전문가와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약을 소화하지 못하니까 용량이 적게 들어가도 되는데 이런 경우는 굉장히 예외적"이라며 "이런 환자들에게 약을 쓸 때는 용량에 따라 해가 될 수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적응증에 반해서 약을 쓰면 제재 대상인데 지금 정부는 임의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용량을 줄이겠다는 것은) 확인은 필요하겠지만 비의학적인 처사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