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사법농단 의혹' 등 재판장 전보… 813명 법관 인사

대장동 개발 사업·조국 부부 '입시비리' 의혹 사건 등 재판부 유임
'사법농단 무죄' 신광렬·'방역패스 제동' 판사들 사직
"법관인사 중요성 감안해 인사심의관에 지법판사 보임"

입력 : 2022-02-04 오후 6:42:21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법원이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 전원이 교체된다.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서울중앙지법에 유임돼 논란이 됐던 윤종섭 부장판사와 김미리 부장판사도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됐다.
 
대법원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439명과 지법 판사 373명 등 총 813명의 법관 전보 인사를 오는 21일과 다음달 1일자로 단행한다고 4일 밝혔다.
 
'장기 유임' 윤종섭·김미리 전보… '도이치모터스 의혹' 재판장 변경
 
우선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이규진·심상철·방창현 등 전·현직 법관들 사건을 담당하면서 6년 연속 서울중앙지법에 유임돼 논란이 됐던 윤 부장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결국 다른 법원으로 전보된다. 윤 부장판사와 함께 형사36부를 구성하던 배석판사 2명(김용신 판사, 송인석 판사)도 각각 광주지법, 대전지방법원·대전가정법원 공주지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난해 인사에서 윤 부장판사가 유임되자 재판을 받던 임 전 차장 측이 “사상 초유의 특혜를 받았다”며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또 임 전 차장은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며 4년 동안 유임된 김 부장판사는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 부장판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등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주요 사건들을 심리하다 지난해 4월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을 신청한 뒤 7월 복귀해 민사 단독재판부에서 근무해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의 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의정부지법으로 이동한다. 지난달 유 부장판사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합의22부 재판장 양철한 부장판사는 유임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권성수 부장판사와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사건 1심 재판을 맡는 형사합의21부 소속 판사 3명(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도 모두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학의 출금’ 사건 재판장 등 52명 판사들 법원 떠난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는 52명의 퇴직자가 나왔다. 지법 부장판사 40명이 이달 말 퇴직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1명, 고법 판사 1명, 지법 판사 4명, 사법연수원 교수 1명과 재판연구관 5명 등도 법원을 떠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심리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재판장 김선일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냈고, 대법관들을 보좌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5명도 줄줄이 퇴직한다.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확정 받고 최근 감봉 징계를 받은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법복을 벗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재판장인 최한돈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와 학원 및 대형마트 방역패스 효력 집행정지 사건에서 각각 효력정지를 결정한 서울행정법원의 이종환 부장판사와 한원교 부장판사도 사직했다.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에 평판사 1명 재배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사태 진원지였던 법원행정처의 ‘비법관화’ 방안에 따라 그간 판사가 아닌 일반직 직원들로 구성했던 인사심의관에는 평판사 1명을 재배치했다. 이는 법원 내부에서 법관이 아닌 일반직 직원들이 법관 인사에 관여하는 구조에 대한 판사들의 불만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측은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법원행정처 비법관화 방안에 따라 사법등기국장을 비법관화했으나, 법관인사의 중요성을 감안해 인사심의관으로 지법판사를 보임했다”며 “지난해 하반기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형사전자소송심의관으로 지법판사를 보임한 결과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이 지난해 보다 1명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도입 실시한 장기근무제도에 따라 서울권 법원을 포함한 전국 19개 법원에서 장기근무법관 60명(지법부장 28명, 지법판사 32명)을 선정했다. 아울러 법원 내 신망이 두터운 경력법관(사법연수원 수료 또는 변호사시험 합격 후 변호사, 검사 등으로 근무하다가 임용된 법관)과 여성법관을 각급 법원의 법원장, 수석부장판사, 지원장에 보임했다.
 
이밖에 사법연수원 36기 판사들이 이번 인사에서 처음으로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보임됐다.
 
이날 인사 발표 이후 각급 법원은 재판부 사무분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양철한 부장판사 등 유임된 법관들 재판부 구성이 추후 일부 변경될 수 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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