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에 대한 경각심과 방역수칙 이행이 느슨해져서는 안되겠지만, 과거와 같이 확진자 수만 가지고 지나친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지난 23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코로나19를 주기적 유행으로 보는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밝힌 말이다. 연일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거센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지나친 기우가 옳지 않다는 취지의 당부겠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의 예측 가능성을 벗어난 폭증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의 발언으로도 들린다.
김 총리가 이 같은 말을 한 것은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5주 연속 더블링(배가 현상)을 나타내며 24일 기준으로 이틀 연속 17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 위중증 환자 수도 늘어나 하루 사망자가 연일 100명에 육박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모험적 입장을 밝히는 기저에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델타 변이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는 계절 독감의 2배 정도로 부스터 샷까지 잘 맞는다면 치명률이 더욱 낮아져 코로나 사태가 충분히 통제 가능한 범위에 놓인다는 것이 정부 논리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국내에 창궐한 지 3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바이러스로 아직도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태다. 당연히 오랜 기간 동안 대처 노하우가 축적된 독감과 같은 방대한 데이터가 마련돼 있지 않으며, 앞으로 어떤 특성들이 합병증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가 오미크론의 안전성을 단언하기엔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을 강조하는 것도 자칫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된다. 국민들이 철저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영업자들이 방역 패스, 영업 시간 제한이라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는 현 시점에도 오미크론 변이는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오미크론이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까지 광범위하게 퍼진다면 이후 확산세는 불 보듯 뻔하다.
물론 2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진정한 일상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강도 높은 방역 수칙에 따른 피로감이 극도로 쌓였고 이에 따른 불만도 적지 않다 보니 정부가 빠른 속도로 '위드 코로나' 전환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 역시 이번 오미크론발 확산세를 '일상 회복을 위한 마지막 고비'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오미크론 허들만 넘으면 어떻게든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오미크론을 가볍고 치부하고 넘겨버리기엔 확산세가 너무나 가파르고, 이로 말미암은 제2, 제3의 오미크론 변이 창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불확실한 방역 미래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보다 확실한 바이러스 정보 분석, 철저한 확진자 관리, 다양한 방역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위중증 환자와 재택 치료자가 속출하고 자가 키트 대란이 발생하는 현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주장은 격려가 아닌 요행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김충범 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