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모두가 우리 국민이다

입력 : 2022-03-11 오전 6:00:00
제20대 대선이 끝났다. 양 진영 모두 아름답게 잘 싸웠다고는 결코 말 할 수 없겠으나 무진 애를 쓴 점은 높이 사줄만 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에게는 축하를,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그만큼의 위로를 보낸다.
 
0.73%p 24만 7077표 차. 무효 30만 77542표. 이번 대선은 이 외에도 향후 대선에서 깨기 어려운 기록들이 즐비하다. 양대 후보가 자웅을 가리기 어려운 비호감들이었고, 배우자들도 국민 앞에 나서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부실 관리는 거론하기 조차 거북하다.
 
흑색선전과 음모론도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판을 쳤다. 대검찰청이 10일 발표한 선거사범 입건 통계를 보면,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입건된 자가 431명, 전체의 58.9%였다. 18대 대선 때의 4.3배, 19대 대선의 3.4배다. 
 
무엇보다 민망한 것은, 후보들보다 그들을 둘러싼 사건 피고인들이 더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양 진영은 제 얼굴에 침 뱉기 인 줄도 모르는 양 경쟁하듯 피고인들의 말을 입맛에 맞게 잘라다가 상대 후보를 흠집 내는데 열중했다. 과연 20대 대선의 주인공은 '대장동 5인방'이었다. 
 
77.1%라는 기록적 투표율을 보인 20대 대선 투표 당일. 강원·경북 등 동해안 산불재난 지역에서는 이재민들이 절망에 몸을 떨었다. 소방인력 등 진화대도 이름 모를 산등성이를 이곳저곳 기어 오르며 시시각각 사투를 벌였다. 전국 다른 지역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인원들과 의료진, 환자들이 치약 짜내듯 안간힘을 내어 병마와 싸웠다. 
 
개표 방송이 진행되는 사이, 이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이 분명 어제보다 비참한 것은, 국가와 사회에 한번 더 공정함을 기대해도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퍽 짙어졌기 때문이다. 빵을 쥔 자의 기준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부의 상실 뿐만 아니라 자존감까지 박탈 당해 생존에 더 절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권력을 쥔 자들이 친 철벽과 '반대파 죽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반대파를 넘어 단순히 동의하지 않는 자들도 권력자들로부터 적 취급을 당하고 있지만.
 
이러니 일반 국민들로서는 '공정과 기회'라는 희망고문을 당하기보다 권력 언저리라도 투신하는 것이 차라리 위안이 될 터다. 그럴수록 분열은 심해지고,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하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쓴 <공정하다는 착각>의 사회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다.
 
스스로 국민이 불러내 나온 후보라고 강조한 윤 당선인의 대선 구호가 바로 '공정과 상식'이었다. 당선 후 '대국민 인사'에서는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도 했다. 통합이야말로 공정의 밑바탕이고, 상식의 전제 조건이다. 이번 대선을 거치며 진영과 성별, 세대와 지역으로 분열된 국민에게 대통령 당선인이 마땅히 던져야 할 각오다. 
 
윤 당선인을 보는 국민의 마음이 아직 모두 편안하지만은 않다. '아마추어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그러하거니와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반발해 대선에 출마한 전 검찰총장이라는 점도 개운치 않다. 윤 당선인은 물론 국민의힘도 겸허한 자세로, 진정성 있게 모든 국민을 대해야 한다. 채 1%p 차도 안 되는 득표율로 신승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첫째는 물론 국민 통합이다. 너와 나의 국민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우리 국민이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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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