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제유가의 충격이 발생할 경우 1~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미국과 유로지역의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돼 추가적 물가 상승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물가 압력은 기업의 제품 가격 결정, 노동자의 임금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다.
1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국제유가 상승이 주요국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지역 모두 유가 변동 충격에 대해 기대인플레이션이 유의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율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그동안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주요국의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상승하면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파급 영향이 증폭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이달 8일에는 130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월 중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자물가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7.5%, 5.1% 상승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82년 2월 이후, 유로는 1997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도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과 유로지역 모두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은 2008년 2분기 이후 최고치인 4.9%, 유로지역은 2008년 3분기 이후 최고치인 7%를 기록했다.
한은이 미국과 유로지역을 대상으로 국제유가 충격이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가 충격 발생 시 1~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미국보다 높음에 따라, 이에 따른 유가 충격도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미국보다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됐다. 2020년 기준 전체 소비량 중 러시아 원유 의존도는 미국이 34.2%, 유로지역이 94.2%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유가 충격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는 '유가 수준이 높을수록', '유가 상승 충격이 지속적일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30달러 이하인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율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이상인 경우 유가 수준이 높을수록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반응했다.
최대반응 기준으로 유가가 120달러 이상인 경우 유가 10% 상승 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평균적으로 미국은 0.3%포인트, 유로지역은 0.5%포인트 상승했다.
과거 4분기 간 유가상승 충격이 없었던 경우에는 기대인플레이션의 반응이 유의하지 않았던 반면 유가상승 충격이 지속됐을수록 기대인플레이션의 반응이 확대됐다.
유가상승 충격이 4분기 간 지속됐을 경우 유가 10% 상승 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미국은 0.4%포인트, 유로지역은 0.6%포인트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요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착되지 못할 경우 기업의 가격 결정, 노동자의 임금협상 등을 통해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국제유가 상승이 주요국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지역 모두 유가 변동 충격에 대해 기대인플레이션이 유의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석유를 뽑아 올리는 '펌프잭' 모습. (사진=AP/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