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결과적으로 0.73 퍼센트 차이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떨어졌다. 역대 선거 중 가장 적은 표 차이였지만 결선투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단 한 표 차이로 떨어지더라도 떨어진 것은 떨어진 것이므로 선거 결과를 가지고 뭐라 할 것은 아니다. 당선된 후보에게는 축하를, 패한 후보들에게는 아쉬움의 인사를 전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민주당 석패의 원인 분석이다.
우선 민주당이 패배한 첫번째 요인은,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잘못된 조세 정책 그리고 '내로남불 프레임'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 때문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
그 다음으로는,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 모두가 너무 지쳤고 실제 국민들의 활동을 극도로 제한시키고 참으라고만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버티는 것도 한계치에 달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은 이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기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고 또 견뎌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방역 초기에 선거가 치러졌다면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이 고집스럽게 ‘원칙을 고수’하며 수년 동안 희생해온 국민들의 인내심을 폭발시킨 시기에 선거가 있었다는 것이 민주당에게는 불리한 변수였던 것이다.
세 번째로는 민주당 내부의 분열이다. 민주당을 지지하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일반 국민들이 밤잠도 설쳐가며 정말 너무도 열심히 소위 ‘밭갈이’를 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후보의 치열했던 경선 당시부터 선거 당일까지도 분열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이것이 중도 민심을 돌아서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마지막 요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시도했었던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의 실패를 꼽을 수 있다. 개혁의 실패는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이자 끝이 되었고, 더군다나 선거에 실패하면서 그 이전보다 못한 상태로 돌아가게 만들었다는 점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윤석열 당선인은 검찰 개혁에 반발하며 후보로 나섰고 문재인 정부 이전 상태로 개혁을 회귀시키겠다는 약속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여기서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론 개혁의 실패’이다. 이는 생각보다 대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 이유는 ‘언론’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에 ‘시나브로’ 스며들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A'라고 하는 것에 대해 '갑‘이라는 의견을 갖게 되는 과정을 ’순전히 자신의 독자적인 사고와 판단‘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정말 큰 착각이고 완전히 틀린 말이다. 특히 요즘처럼 ’확증편향‘이 심한 때에는 ’내가 왜 그런 견해를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그런 견해를 갖는 것이 당연해지고‘, ’그런 견해만이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며, ’그런 견해를 갖지 않은 사람은 적으로 간주‘하는 현상까지도 생기는데, 이러한 확증편향 역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겠다‘고 마음먹고 그런 의도로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여론을 형성해나간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설계된 판에서 놀아난다는 것도 모른 채,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자신의 소신이자 확고한 신념‘이라는 최면에 걸리게 된다는 점에서 정말 무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진보적 가치관을 대변할 수 있는 종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는 기존에 아무리 공정하게 방송해야 된다고 소리를 높여도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 매체와 인터넷 매체들 대부분이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편향된 내용으로 끊임없이 국민들을 세뇌시켰고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집단적 판단 때문이다.
단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모두 매우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현재 4개의 종편 중 티비 조선, jtbc, 채널A 3개를 소유하고 있다. mbn 역시 보수적 성향의 경제방송인 매일 경제가 그 전신이다. 결국 메이저 신문사들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있는 4개의 종편 전부가 보수적인 경향성을 가지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불리하고 불공정한 언론 지형은 개편되어야 마땅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런 견해가 나오자마자 또 다시 언론에는 ‘언론 탓만 한다’, ‘편협하다’, ‘본인 탓은 안하고 남 탓만 한다’는 류의 견해가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이런 반응이 정상적이고 타당한 것일까? 왜 그들은 현재 종편의 성향이나 구성이 본질적으로 큰 문제를 가진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고 마치 아무 문제없는데 패자가 불평만 호소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형성하려고 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언론, 정말 문제없다고 자부할 수 있나?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