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혐의’ 무죄 보육교사 해고 정당”

법원 “형사처벌 대상 아니어도 징계사유”

입력 : 2022-03-27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더라도 학대 의심 정황에 근거한 어린이집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이상훈)는 어린이집 A원장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원장이 보육교사 B씨에 대한 징계사유 중 하나로 어린이집 원아들에 한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 행위들로서 그로 인해 어린이집에 손해를 끼치거나 이 사건 어린이집의 명예를 손상케 할 만한 부적절한 행위들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반드시 아동복지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가 성립하는 경우만을 한정해 징계사유로 삼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공소사실 요지 등을 종합해 볼 때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최소한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 행위들로서 원아들을 안전하게 보호, 양육하고 영유아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부적절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만약 원아들의 부모가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B씨의 행위는) 감히 하지 못할 행동들이었음이 명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씨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A원장이 B씨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관계가 남아있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A원장은 2019년 10월 1월 어린이집 CCTV를 점검하던 중 교실 안으로 원아를 밀어 넘어 지게하고, 원아 머리를 누르는 행위, 40분간 우는 원아를 방치하는 등 보육교사 B씨의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하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튿날 A원장은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아동학대 판정이 나지 않더라도 아동학대 의심의 소지가 있으므로 B씨가 사직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안건을 의결하고 B씨를 해고했다.
 
A원장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B씨를 입건하지 않고 그해 11월 말 사건을 내사종결(혐의없음)했다.
 
결국 A원장과 학부모들이 2020년 4월 B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1·2심 재판부는 “B씨의 행위가 다소 거칠거나 강압적인 모습이 있기는 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해 아동의 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불복,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아동학대 사건이 알려지자 부모들은 B씨가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게 불안하다며 줄줄이 퇴소하거나 입소대기자들도 잇따라 입소대기를 취소했다. 부모뿐 아니라 동료교사들까지 B씨의 복직을 거부하고 나섰다.
 
앞서 B씨는 어린이집이 자신을 해고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2019년 12월 말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는데, 이듬해 3월 경북지노위는 이를 받아들여 A원장에게 B씨를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정상 근로한 부분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A원장은 이에 불복해 2020년 4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는 경북지노위와 같은 취지로 A원장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A원장은 이 같은 중노위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서울행정법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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