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 강' 검수완박 사태 돌파구 찾나…박범계 장관 역할 주목

김오수 총장 사표 수리 보류…정치권과 완충제 역할
국회와의 협상 카드 '수사 공정성 확립 방안' 연이어 주문
전국 평검사들, '정례적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 논의할 듯

입력 : 2022-04-18 오후 7:26:4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여당과 검찰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놓고 '강대 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역할이 주목된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국회와의 협상에 내놓을 자체적인 '수사 공정성 확립 방안'을 검찰에게 주문한 가운데 19일 열리는 전국 평검사대표회의에서도 이 방안이 논의 될 전망이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2일 '검수완박' 현안을 놓고 김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문 격"이라며 중재자로서의 자신의 입지가 좁아진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튿날인 13일 정부 과천청사 출근 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도 "이미 판이 커졌고 일이 다 저질러졌다"고 했다.
 
박 장관의 말을 접한 검찰은 절망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여기에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면서 '검수완박'을 둘러싼 검찰과 여당의 전선은 더 험악해졌다. 김 총장은 언론과 국회를 오가며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기하며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결국 지난 15일 여당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은 개정법안들을 설명하면서 '검수완박'이 아니라 '검찰 정상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청권을 두고 별도 법안으로 검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경찰의 영장 청구에 대한 견제 방안과 중대범죄 수사 기관 마련 등 굵직한 쟁점이 미봉책으로 남겨졌다. 소속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발의된 개정안 치고는 졸속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김 총장이 결국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일요일인 지난 17일 대변인실을 통해 대검찰청 출입기자단에 사표 제출 사실을 알렸다. 그는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어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또 "모쪼록 저의 사직서 제출이 앞으로 국회에서 진행되는 입법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는 작은 계기라도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18일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이 김 총장의 사표 제출에 대해 묻자 "어제(17일) 이전에 김 총장의 사표를 받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김 총장의 사표 제출 사실이 알려진 당일 김 총장과 통화한 사실도 털어놨다. 김 총장이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김 총장이 제출한 사표는) 여러 일들이 앞으로 남아 있어 제가 가지고 있으려 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이미 지난 11일 전국 지검장회의 전 사퇴 의사를 굳혔다. 지검장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총장은 당일 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시점을 자신에게 일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김 총장이 박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한 시점은 여당의 '검수완박' 법안 발의가 있은 직후로 추정된다. 그러나 박 장관이 김 총장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은 사표 제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김 총장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였다. 박 장관이 개정 법안을 놓고 국회와 검찰 간 마지막 조율을 시도 중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미 판이 커졌고 일이 다 저질러졌다"는 말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 발의 전 나온 것이다.
 
박 장관의 의중은 여당의 검수완박 법안 발의 하루 전부터 감지됐다. 그는 14일 출근길에서 검사들의 회의에 대한 입장을 묻자 "(검찰이 집단 반발을 하면서도)수사 공정성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주말을 지내고는 조금 더 분명해졌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하는 고검장회의와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가 연이어 예정된 것에 대해 "항상 권한만 가지고 이렇게 시끄럽다. 책임을 가지고 시끄러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의 핵심은 공정성"이라면서 "어려울 때에는 누구든지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면서 권한을 지키려는 노력. 그것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고검장회의든 검사장 회의든 전국 평검사 회의든(한다고 해서)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고 그것이 먹히겠느냐"고 했다.
 
박 장관은 "지금은 책임이 먼저다. 그리고 권한을 요구하든지 유지하든지 해야 하는데 앞뒤가 바뀌어 있다"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모두가 다 의무와 책임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 국회에도 그렇게 요구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재차 강조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국회와 협상할 수 있는 검찰 차원의 '고육지책'을 내 놓으라는 말로 읽힌다. 법무부 관계자도 "(검찰이) 책임 있는 자세로 수사의 공정성을 기여하기 위한 획기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취지에서 책임을 말 한 것 아닌가 한다"고 박 장관의 말을 풀이했다. 지금까지 열린 고검장 회의와 검사장 회의에서는 검찰 자체의 수사 공정성 확립방안이 도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19일 열리는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에서는 검찰 차원의 수사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평검사 대표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진혁 대전지검 검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립 방안 등을 포함해" 어떠한 안건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그 일환으로 법원의 전국법관대표회의와 같은 정례적인 평검사대표회의를 열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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