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A는(14세) 온라인 게임을 하던 도중 이유도 모르고 욕이 가득 담긴 쪽지를 계속 받았다. 이에 A도 상대방에게 욕을 써서 보냈고, 가해자는 게임 내 게시판에 피해자가 욕을 한 내용을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는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비난할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신체 사진을 보냈으나 가해자는 계속해서 추가 사진을 요구했다. 협박에 시달리던 A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가해자 검거와 원본 영상 회수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서울시는 제2·3의 n번방 피해를 막기 위해 출범한 디지털 안심지원센터가 개관 한 달 만에 성 범죄물을 400건 삭제했다고 9일 밝혔다. 센터는 서울경찰청과 연계해 영상 삭제지원, 소송지원, 심리치료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
지난 3월29일 센터 개관 후 피해자 지원 인원은 총 79명이다. 유형별 피해 사례는 불법촬영, 온라인 그루밍, 유포·재유포 등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아동·청소년을 사이버 스토킹하며 신체 사진을 요구해 유포 협박 △SNS로 접근해 쇼핑몰 모델을 제안하며 찍은 사진을 유포한 경우 등이다. 센터는 이들에게 수사·법률지원 119건, 심리·치유지원 273건, 삭제지원 400건, 일상회복지원 38건 등 총 830건을 지원했다.
센터는 앞서 A의 사례처럼 피해 사실을 부모님 등 보호자에게 먼저 알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해결의 전 과정을 부모님을 대신해 진행했다. 경찰 단계에서 부모님이 알게 될 수 있다고 안내한 후 고소장 작성부터 증거물 채증, 변호사 선임의 전 과정을 청소년 피해자와 함께 동행했다.
이후 경찰과 협력해 지방에 거주하는 가해자(17세)를 검거하고 원본 영상을 회수했다. 피해자는 영상물이 유포 될까봐 극심한 고통을 겪었으나 심리치료 후 회복 중이다.
SNS로 접근해 쇼핑몰 모델을 제안하며 찍은 사진을 몰래 유포 당한 피해자도 있었다. 가해자가 테스트를 핑계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게 했고 이를 몰래 유포한 것이다. 결국 가해자는 잡혔고 센터는 삭제지원과 심리상담을 연계해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 특성 상 △영상이 몇 년 후 재유포 되는 경우 △피해자 영상을 재유포·판매하는 자가 수십 명에 달하는 경우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단기간에 해결·치유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센터는 성 범죄물이 유포 때마다 발생하는 법률·소송비용(1건 165만원), 심리치료 비용(1회 10만원), 의료비용을 피해자가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상담심리학회, 보라매병원과 협력해 피해자들이 이곳저곳을 헤매지 않고 긴급 상담부터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동행, 법률·소송지원, 삭제지원,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총 100명의 인력이 지원단으로 구성된다.
이날 동작구 소재 센터에서 열린 ‘법률·심리치료·의료지원’ 협약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삭제지원은 쉬운 게 아니라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시스템적 한계로 폐해가 막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와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발생은 9549건으로 이 중 서울시가 26%(2532건)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 4건 중 1건 이상이 서울에서 일어난 셈이다.
청소년을 사이버 스토킹하며 신체 사진 요구·유포 협박한 사례(좌)와 SNS로 접근해 쇼핑몰 모델을 제안하며 찍은 사진을 유포한 경우. (사진=서울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