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민망한 '색깔 마케팅'

정당 없지만 보수 '빨강'·진보 '파랑' 선택
유권자 혼란 야기·정치적 중립 위반 지적
"논란 계속됐지만 선관위 제재 어려워"

입력 : 2022-05-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상징색을 통해 자신의 성향과 부합하는 특정 정당 지지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현행법상 교육감은 실제로는 정당에 속할 수 없고 후보들 역시 소속 정당이 없지만 다른 지자체장과 보궐선거가 함께 진행 중이어서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교육감 선거 유세현장을 살펴보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서울시교육감 보수 후보 4명 중 3명은 모두 붉은색 계열을 상징색으로 선택했다. 빨간색은 국민의힘 상징색이다.
 
박선영 후보는 거리 유세 때 '교육감은 박선영'이라는 글귀가 쓰인 빨간색 티셔츠를 주로 입고 나서고 있다. 박 후보는 첫 TV토론회에서도 붉은색 의상을 입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의 상징색은 다홍과 쪽빛이라며 쪽빛은 인재육성, 다홍은 아이들을 향한 진한 사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조영달 후보 또한 현수막과 점퍼 색을 모두 빨간색으로 정했다. 이날 열린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조 후보는 흰색 셔츠에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조전혁 후보도 흰색과 빨간색을 현수막과 의상에 주로 쓰고 있다. 토론회나 기자회견 같은 공식석상에선 조영달 후보와 마찬가지로 주로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서울 외 수도권 지역 보수 교육감 후보들도 대부분 빨간색을 대표색으로 정했다. 경기 임태희·인천 최계운 후보도 빨간색이 상징색이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유세에서 선거운동원들이 율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진보 진영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대표색으로 정한 경우가 많다. 경기 성기선·인천 도성훈 후보는 거리 유세 때 파란색 점퍼를 입고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 중에는 교육감 후보가 특정 정당 소속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시 구로구에 사는 한 60대 유권자는 "교육감은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 잘 몰랐다"며 "평소 지지하는 정당과 같은 색의 점퍼를 입은 후보에게 투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교육감은 직의 특성상 정치적 중립이 엄격하게 요구된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서도 교육감 후보자는 정당에 소속해선 안 될 뿐만 아니라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을 받고 있음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후보들이 상징적으로 사용 중인 색깔을 가지고 실제 고소·고발 사례도 나왔다. 경남교육감에 출마한 박종훈 후보는 최근 경쟁자인 김상권 후보가 빨간색 점퍼를 입어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선거운동을 했다며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상징색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캠프색을 아예 중립적으로 정한 후보들도 있다. 서울 조희연 후보의 경우 캠프 상징색을 녹색으로 정했다. 조 후보는 진보 성향으로, 파란색 대신 이와 유사한 녹색을 택한 것이다. 거리 유세 때는 주로 흰색 점퍼를 입고 있다. 서울 윤호상 후보 또한 흰색 점퍼를 입는다. 후보의 청렴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교육감 후보는 특정 정당의 지지와 추천을 받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점퍼나 소품을 활용해선 안 되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명백하지 않으면 선관위도 제재를 가하기가 어려워 많은 후보가 정치 성향에 따라 상징색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 도성훈 교육감 후보가 파란색 점퍼를 입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도성훈 후보 유튜브 캡처)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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