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매매’로 37억 챙긴 증권방송 전문가… 대법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종목 추천, 부정 수단·위계 사용”
하급심ㆍ파기환송심 무죄..대법, 유죄

입력 : 2022-06-12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증권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미리 사둔 특정 종목을 추천해 거액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증권전문가에게 무죄를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이 4년여 만에 대법원에서 또 다시 뒤집혔다. 2013년 1월 시작된 이 재판은 10년 가까이 하급심은 무죄로, 대법원은 유죄로 판단해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파기환송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이 추천하는 증권을 자신이 선행매수해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 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증권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행위는 거래를 유인하려는 행위로서 자본시장법상 ‘위계의 사용’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방송 시청자에게 안랩 등 3개 종목의 매수를 추천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며 “원심판결에는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와 ‘위계의 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2009년 4월부터 증권방송에 출연하며 자신이 미리 사둔 특정종목 매수를 권하고, 해당 종목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되파는 수법으로 37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겨온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 기소됐다.
 
2011년 10월 4일 A씨는 안랩 주식 7만6074주를 30억9498여만원에 매수한 다음 같은 날 저녁 10시경 방송에 출연해 투자자에게 안랩 종목을 추천한 뒤 그에 따른 매수 추종자 유입으로 주가가 단기간에 상승하자 같은 해 10월 17일과 18일 안랩을 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방법으로 안랩뿐 아니라 서한, 바이오스페이스(현 인바디) 종목의 주식을 매매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해 매수 후 추천 행위 등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법 규정 또는 영업행위 규제에 관한 내부적 규정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관련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로서 그 불법성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에게 추천 종목을 그 이전에 매수했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고지해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고, 원심판결에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반면 2017년 4월 대법원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그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한편 ‘위계의 사용’에도 해당한다”며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다음해 2018년 8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에선 ‘매수추천’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지 않고,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란 ‘계약체결을 권유’하는 것이므로 민법상 청약의 유인, 즉 투자자로 하여금 청약하게끔 하려는 의사의 표시에 해당해야 한다”며 “방송을 시청한 시청자가 피고인 선정의 모의투자 종목을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런 시청자에게 모의투자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도록 부추기려는 의사나 의도가 피고인에게 있었고 이것이 드러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주식 종목, 취득·처분, 취득·처분의 방법· 수량·가격 및 시기 등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행위가 곧 ‘매수추천’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는 긍정적 투자 의견을 개진한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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